자고로 '연'이라 함은 '띄운다', '날린다'는 사동 표현과 어울린다. 스스로 뜨거나 날지 못한다. 대개 객체의 힘이 필요한데 두 가지다. 하나는 바람이고, 또 하나는 뜀박질이다. 물리력으로 환산되는 바람과 뜀박질은 속력으로 산정하는데 주변 지세에 따라 그 정도가 또 달라진다.
의성 안계는 경북에서도 드물게 논이 많은 곳이다. 평야다. 낙동강이 예천, 의성, 상주로 휘휘 돌아 나가는데 그 주변이 모두 곡창지대다. 사방 십리에 산이 없다. 바람이 산골짜기에서 예리하게 빠져나오다가 그만 평야에서 퍼져 살랑대는 꼴이다.
이런 곳에서는 초속 3m의 바람이면 충분하다. 시속 6km 정도, 다소 빠른 걸음이 필요하다. 열 걸음 정도에 연이 뜬다. 연줄 풀고 당기기, '풀당' 줄다리기에 들어간다. 줄이 풀리면 팽팽해지는 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도 날 수 있겠다 싶으면 마음껏 풀어준다.
어엿한 레저 게임이다. 아이들 놀이인 줄, 추억 따먹기 놀이인 줄 알았더니 풍향 읽기, 연줄 강도 조절 등 두뇌 회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집단이 동일한 행위를 하는 데는 의당 주술적인 의미가 담긴다. 연날리기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을 띄우는 이는 늘 뭔가를 연에 담는다. 눈에 보이진 않는다. 우린 그걸 대체로 '희망'이라 부른다.
올해도 의성 안계평야에서 희망을 띄우는 집단 기원의 무대, '의성세계연축제'가 위천 생태하천에서 열린다.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다. 연 한 번 날리러 가자. 인생은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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