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우리 도시의 남북을 잇는 거리를 중앙로라 부른다. 나아가 일제 잔재인 중앙통이라고도 한다. 짧게는 명덕네거리에서 대구역전까지의 거리이고 전체로는 대명동 주한미군 캠프워커와 북구 침산동 구 경북도청 교차로까지 남북을 잇는 거리이다. 그런데 중앙로라는 거리 이름은 전국에 81곳이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방방곡곡 심지어 제주도에도 2곳의 중앙로가 있다.
흔하디 흔한 거리명인 중앙로를 우리도 꼭 써야 할까? 81곳의 중앙로에는 대구의 중앙로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도로명 주소 사업을 통해 2004년 중앙대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앙대로는 우리만 쓰는 이름인가? 그렇지 않다. 부산, 안산, 창원, 오산 등도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81곳의 중앙로 외 12곳의 중앙로가 더 있었다고 한다. 별 의미 없는 이름 대신 연고가 있거나 참신한 새 이름으로 바꾸어서 그렇다. 이를테면 의정부시 중앙로는 행복로, 성남시 중앙로는 산성대로, 마산시 중앙로는 3·15대로로 바꾸었다.
그럼 우리는 왜 아직도 중앙로인가? 역사성도 있고 정체성에 맞고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이름이 없어서인가? 아니다. 1960년 대구 중앙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를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 민주운동의 시발점이 된 2·28민주운동의 힘찬 행군이 바로 대구 중앙로에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현대사에서 그처럼 중요한 사건을 왜 우리는 주체적으로 의미 부여를 못 하고 적극적으로 기리지 못했을까? 마산의 경우처럼 우리도 '2·28민주대로'로 이름 바꿀 생각을 왜 못 했던가?
2·28민주운동은 1960년 대구 지역 8개고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에 항거해 자발적으로 일으킨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 민주화운동이자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한국 민주화운동의 효시이다. 지난 2월 28일, 2·28민주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2·28민주운동' 기념식이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예로부터 대구는 정의와 애국의 고장이며 일제강점기에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곳이 대구경북"이라고 말하고 "그런 대구 정신이 2·28로 표출됐고 대구의 228 거사는 전국으로 번졌으며, 3월 8일에는 대전에서, 3월 15일에는 마산에서 의거가 이어졌고, 마침내 4·19혁명으로 장엄하게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2·28부터 4·19에 이르는 일련의 민주화운동 60주년이 된다. 정부에서도 60주년을 기리는 의미 있는 조치들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도 그에 앞서 2·28민주운동을 기리는 자발적이고도 주체적인 일들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 그 하나로 대구 중앙대로를 '2·28민주대로'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는 바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걸음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딱 맞는 거리명이 아닐 수 없다. 이웃한 2·28기념중앙공원, 국채보상공원과 이육사 생가터 및 이상화, 서상돈 고택, 3·1만세운동길 등 대구 근대골목과 연계된 '2·28민주대로'는 전국의 학생이나 뜻있는 젊은이들의 순례 코스, 톺아보기 코스의 명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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