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미스코리아 왕관은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종이로 만들어 쓰고 놀았을 만큼.
요즘은 반짝이는 왕관을 씌어주는 카메라 어플이 있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관을 쓰고 싶어 할 것이다. 화려한 왕관의 자태는 왕권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기똥찬 이 문장을 17세기에 세익스피어가 남겼다. 한때 이 말이 드라마 부제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들의 메시지 상태 창에, SNS 프로필 문구로 애용되기도 했다. 왕관을 쓴 왕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있고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최고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은 16세기 말 러시아를 지배했던 보리스 고두노프의 일대기를 다룬 희곡을 탄생시켰다. 이 희곡에서 범죄를 짓고 왕위를 빼앗았다는 의혹에 괴로워한 고두노프는 "아 그대는 참으로 무겁구나, 모노마흐의 모자(왕관)여!"라고 탄식했다.
'모노마흐의 모자'란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모스크바의 군주들이 대관식 때 사용한 왕관으로 왕권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
왕관은 리더가 쓴다. 크든 작든 조직이 있으면 왕관을 쓸 수장이 필요하다. 이 리더는 무엇보다도 빠른 결단력과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결정장애 극복중인 필자가 리더가 못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홀로 고민의 순간도 많을 것이다. 이래서 리더의 어원이 '외롭다' '고립되다'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지, 누구에게 득이 가고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지 고려사항이 많다.
오랜 직장생활 덕분에 많은 리더들을 보아 왔다. 카리스마형, 자유주의자형 등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성과를 내려는 목표의식은 일맥상통했다. 되기 어려운 것도 리더지만 되고 난 후 책임을 다해내기는 더 어렵다. 자리라는 게 높으면 높을수록 헌신해야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법이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속담처럼.
리더 못지않게 참모의 중요성도 크다. 왕의 정치를 도왔던 참모들의 이야기는 여러 역사서에도 남아 있다. 훌륭한 참모가 위대한 리더를 만든다는 사실은 진리이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항상 문제가 있는 법. 특히나 조직원들 간의 갈등은 성장의 발판도 되지만 대립으로 인해 조직을 무너트리기도 한다. 사공이 많아 산으로 배를 몰기도 하고 싸움닭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간언하는 참모들이 필요하고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
정상을 오르려는 사람은 응원도 받지만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한다. 비난이 두려워 왕관을 쓰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왕관의 무게가 천근만근 같아도 이겨내면 얻는 게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혹시 왕관이 아니라 종이 모자를 쓰고도 무겁다고 내던지려 하지는 않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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