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년 만에 또 마이너스 성장, 해법은 요지부동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1년여 만에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년 4분기(-0.2%) 이후 불과 5분기 만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의 -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역성장은 우리 경제 동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성장률 쇼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올 들어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 둔화에다 수출마저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기업의 설비 투자 부진 또한 심상치 않다. 이런 어려운 경제 여건과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민간 부문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 경기가 살아나고 성장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거꾸로 성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내세운 올해 2.6% 성장률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입에서도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함을 확인할 수 있다. 26일 시중은행장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이 총재는 "기업 투자 부진이 주된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 말은 기업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역성장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물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보듯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 아무리 나아져도 정부가 계속 무리한 정책 기조를 고집한다면 한국 경제의 역풍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이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데도 정부가 세금이라는 호미 자루만 쥐고 있다면 싹이 트기는커녕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맞물려 돌아가고 민간 부문이 먼저 불을 지펴야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만병통치약만 고집한다면 기업의 투자 의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조만간 한국 경제는 '고질화된 저성장'이라는 진단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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