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가진 대담은 형식과 내용 모두 매우 부적절했다. 정권 홍보 매체라는 소리까지 듣는 KBS와의 단독 대담부터 그렇다.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받고 싶은 질문만 받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다. 취임식 때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하겠다"고 한 약속과도 어긋난다.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사전에 준비된 각본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내용의 황당함은 더 심각했다. 경제·적폐 수사·인사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많은 말을 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어이없다'였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자기 편의적 해석과 근거 없는 낙관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엄청난 괴리를 노출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고 취업자 증가 폭도 9년 만에 최소로 내려앉았다. 어느 한 분야도 성한 데가 없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만의 '거시경제'가 따로 있는 모양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제1호로 내세웠다. 청와대 지시로 범정부적으로 '적폐청산 TF'가 만들어져 먼지 하나까지 털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무사 계엄령 문건'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등 문 대통령이 지시한 수사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살아 움직이는 수사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다.
인사 실패의 부인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 더 심하게 참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에게 좋은 평이 많다"고 했다. 언론과 여론의 비판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소리이자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오만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국민 무시다. 이러니 문 대통령의 인터뷰를 두고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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