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0대 초반 중년에 접어든 여러분 앞날에 행운과 영광이 있기를 기원하며 답장이 늦어 미안합니다."
김흥섭(80) 씨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30년 전인 1989년 9월 경주 흥무국민학교(현 흥무초) 4학년 2반 담임교사로 재직하다 교감으로 승진해 다른 학교로 가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당시 52명의 학생은 학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교사에게 이별의 아쉬움을 가득 담은 손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신다니 참 서운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1등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우리 4-2반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저희를 꼭 기억하고 답장해 주세요' 등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 편지를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담임'이란 제목으로 한데 묶어 보관해 왔다.
교감으로 승진한 그는 경주에서 포항으로 온 뒤 여러 학교를 옮겨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한 번씩 아이들의 편지가 생각나 답장을 할까도 했지만, 그때마다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곤 했다.

2004년 대잠초등학교에서 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난 뒤에도 안전지킴이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며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키고, 장량초교·해맞이초교 등에서 학교운영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교직에 있는 동안 못다 한 봉사에 힘을 쏟았다.
숨 가쁘게 살아왔던 그는 몸이 쇠약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렇다 보니 살아온 흔적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러던 중 책장을 뒤지다 구석에 꼽혀 있던 '마지막 담임' 묶음집을 발견했고, 글자 한 자 놓치지 않고 꼼꼼히 다시 읽었다.
'답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지만 학생들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곳에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편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나 연락이 닿는 곳은 없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답장을 빨리하지 못한 미안함을 어떻게 하면 늦게나마 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매일신문에 사연을 보낸다'며 편지를 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빨리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도 무척 궁금하다"며 "늦었지만, 이렇게 답장을 보내게 돼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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