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 왕실이나 대통령 자녀 가운데 인상적 인물이 있다.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딸 앨리스와 스웨덴 구스타프 왕세자이다. 1905년 방한한 앨리스는 돌출 행동과 일화로, 구스타프는 1926년 천년 고도 경주에 들러 고분과 맺은 인연에서다.
'미국 공주'로 불릴 만큼 융숭한 대접을 받은 앨리스는 오만했다. 왕릉에서 승마복 차림으로 말 조각상에 올라탄 일이 그랬다. 남의 문화에 대한 무례를 넘어 분노를 자아낼 만했다. 귀국길 대구에서 수모(?)는 그래서였을까. 미국인 선교사(부해리) 기록을 보자.
"1905년…중국을 방문하고 한국에 들러…'왕족으로서 존경과 온갖 예우'를 받고 부산으로 가다 홍수로 철길이 막혀 대구에 내려 선교사들 집에서 하루 묵었다…그때 선교사 아이들이 중국이 그녀에게 선물한 개에 관심을 두었는데, 한 아이가 자기 개를 데리고 나와 그녀에게 보이자 아이에게 개 이름을 물었다. 아이가 '테디'라 말하자 긴 정적이 흘렀고…."
아이의 개 이름이 아버지 별명과 같은 '테디'였다! 아버지 테디는 누군가? 앨리스가 1905년 9월 한국에 오기 전, 그해 7월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한국을 지배하는' 내용의 미일 밀약을 맺게 한 지휘자 아닌가. 아버지가 한국을 삼키려는 일본의 야욕에 날개를 몰래 달아준 인물이니, '테디 개'는 분명 듣기 거북했으리라.
스웨덴 왕세자의 흔적은 달랐다. 선교사 부해리에 따르면 왕세자는 당시 고분을 보려고 몰린 한국인의 접근을 일본이 막자 이를 말렸다. 왕세자를 위한 배려였지만 왕세자는 한국인 입장을 먼저 헤아린 셈이다. 물론 일본이 그를 위해 스웨덴의 한자인 '서전'(瑞典)의 '서'와 출토 금관 장식 '봉황'(鳳凰)의 '봉'을 따서 '서봉총'이라 부른 일은 씁쓸하지만 왕세자 경주 방문이 남다른 까닭이다.
지금 안동이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아들의 방문을 맞아 떠들썩하다. 14일 안동을 찾은 앤드루 왕자는 20년 전 어머니가 안동에 들러 걷던 길을 따라 영국과 안동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모쪼록 어머니에 이어 안동에서의 대(代)를 이은 머뭄이 뒷날의 아름다운 사연으로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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