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이다. 당시 팔달초교 2학년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학부모가 됐을지도 모를, 서른을 앞둔 이들이다. 대구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허건옥(51·여) 선생님의 타임캡슐이다.
공기놀이는 돌멩이 다섯 개면 네댓 명이 함께 놀 수 있었다. 앉아서 한다고 해서 활동량이 적다 여기면 곤란하다. 몸의 중심을 잡은 채 허리 근육과 팔 근육, 손목 스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아리랑(두 번 꺾어 받기)' 등 고난도 기술을 쓸 수 있었다.
남녀 가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였다. 고수 중에는 남학생도 더러 있었다. 주로 양초를 발라 박박 문질러 반짝거리는 복도가 공기놀이 구장 역할을 했다. 쉬는 시간마다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집에 오면 바지 엉덩이가 반들거렸다.
반갑게도 요즘 아이들도 아는 놀이다. 민속놀이나 체험학습에서 한 번씩 해보는 놀이다. 말이 나온 김에 노래 '보물' 가사에 맞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비석치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았던 그 시절 놀이를 물으니 고무줄놀이를 모른다.
아! 고무줄놀이. 전수자가 없었던 탓일까. 지금은 시골에서나 문화재처럼 남아있는 놀이다. 명맥이 남아 있는 시골학교에서도 학생이 적어 나무에 고무줄을 묶어놓고 한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가던 노래를 불러가며 고무줄을 넘고, 밟고, 건너는 동작 하나하나는 난도가 높아갈수록 기계체조 선수급 묘기에 가까웠다. 남자 아이들도 실은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기보다 여자아이들의 기예에 경탄하느라 넋을 놓았다.
소풍, 운동회, 어린이날까지. 아이들에겐 축제의 달이던 5월의 학교 운동장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해거름이 멀었는데 운동장 바깥으로 학원 통학버스가 줄지어 있다. 스마트폰을 쥔 아이들이 분류되듯 각자의 버스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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