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청춘, 희망이 먼저다.

정욱진 사회부장

정욱진 사회부장
정욱진 사회부장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쓴 '취직 대신 취가로 눈 돌리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다. '취가'는 예전 여성들이 힘든 취업 대신 시집가기를 택하는 것을 지칭한 '취집'을 남성의 사례에 빗댄 신조어란다. 요즘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든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살림을 배워 '백마 탄 공주님'을 찾는 게 빠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하는 모양이다.

이 얘길 듣고 대학교수 지인 A씨가 최근 강의 중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생 제자들이 1990년대를 많이 그리워한다는 얘기였다. 한 학생은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대학에 다녔던 터라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느려 터진 PC통신은 고사하고,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 한번 하려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며, 심지어 한 주에 하루 놀았던 그때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

A씨는 "1990년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재를 사는 제자들에겐 천국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는 20·30대에게만 국한된 얘긴 아닌 듯싶다. 40대인 나도 부럽긴 하니. 그땐 월급쟁이도 재산 불려 잘살 수 있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월급쟁이가 부자 되기는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됐다.

최근 한 독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화가 잔뜩 난 표정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문 진짜 이렇게 만들 거요? 맨날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다, 아니면 이놈 저놈 욕하는 얘기뿐이고. 애들 교육용으로 신문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당장 끊겠소."

다 맞는 말이라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지난주 통계청은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통해 3월 실업자 수가 124만5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대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발발 이전의 61만6천 명이던 실업자 수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20대 실업률은 11.7%를 나타내 IMF 직후인 1998년(11.3%) 이후 최악의 지표를 넘어섰다. 왜 20대들이 취직보다 재력 있는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고,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지 이해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20대 젊은이들은 취업 문이 막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부만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5월 가정의 달,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20대 젊은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아닌 희망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정부가 제시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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