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락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 묶은 작품들은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기억을 고백과 재현을 통해 자기 확인으로 확장시키는 김용락 시인의 시적 여정에 해당한다.
김 시인은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을 탐색하고, 이를 구체적 경험의 형식으로 시에 녹여 낸다. 가령 이번 시집에서 가장 중심 되는 기억은 '가족'인데, 시인은 가족에 관한 과거의 기억을 현재적 감각으로 되살려 '충만한 현재형'으로 복원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마치 고고학자의 시선처럼 과거 풍경을 재현하는 동시에 그때의 한순간을 현재의 존재론으로 구성함으로써 견고한 서사적 얼개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 대한 집단 기억과 근원에 대해서도 존재론적 기원을 탐색한다. 지금은 내게 없는, 원형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기억의 선택과 배치를 통해 재구성하는 것이다.

염무웅 평론가는 추천사에서 "1980년대 초 (대학교) 연구실로 찾아온 김용락은 막 돋아나는 꽃망울처럼 순수하고 금방 딴 풋사과처럼 싱그러운 청년이었다. 그의 닦여지지 않은 사투리와 향학열에 반짝이는 눈길은 서울 생활에 지쳐 대구로 온 내게 얼마나 신선한 생명감을 주었던지!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청년은 중년이 되고, 중년은 노년이 되었다. 등단 35년, 이 시집은 그의 회갑을 기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35년간 여섯 권이라면 과작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시집보다 더 많은 평론집, 산문집을 낸 이론가이자 사회변혁 운동가라는 점이다."고 평했다.
김용락 시인을 만나 본 적이 없는 독자일지라도, 그의 시를 보면 그가 어떤 심성을 가진 사람인지, 그가 지향하는 시, 그가 지향하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1500km 떨어진 러시아 접경
그래서 전기도 러시아 전기를 끌어다 쓴다는
절전한다고 오전 4시간을
예고 없이 정전을 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제 신형 도요타 지프차로 17시간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로는 3시간 30분
산속 중의 산속, 깊은 원시
오브스주(州)의 주도 울란곰은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동화 속의 집들처럼 빨강 파랑
낮은 지붕들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저렇게 하염없이 지붕 낮은 집에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
살 거라는 믿음을 주는 울란곰
시골 초등학교에 '땡큐 스몰 라이브러리'
작은 도서관을 지어주었다
착한 영혼의 등불을 한 채 켜주었다'
-오브스주(州) 울란곰-
김용락 시인은 만만치 않은 한세월을 살았지만 여전히 소년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피가 뜨거운 사람인데, 어쩌면 그 뜨거운 피 때문에 여전히 '소년'으로 남아 '소년의 미소'를 짓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자인 나는) 김용락 시인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그가 무난하게 넘어가는 걸 본적도 없다. 소년에게는 세상에 '그럴 만 한 것'이 없고, 그래서 아이들은 웃거나 울거나 바쁘게 뛰어다닌다. 김용락 시인이 그렇다.
김용락 시인은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서울에 있는 '창작과 비평'에서 내고 23년 만에 다시 서울에 있는 '천년의 시작' 출판사에서 시집을 낸다. 지난 20년간 나는 대구에 있는 출판사에서 시집과 평론집을 포함한 모두 1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문화분권'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역 문화가 피폐한 현실에서 민족 문화가 꽃피기 어렵다는 건 엄연한 진실이다. 창작과 출판, 유통을 위한 지역 문화인들의 발군의 노력 못지않게 국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이유다"고 말했다. 144쪽, 9천원.
▶ 김용락 시인
1984년 창작과비평사가 발행한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푸른별'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시간의 흰길'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산수유 나무'와 시선집 '단촌역'을 펴냈다. 평론집 '예술과 자유'와 '지역, 현실, 인간 그리고 문학' 외 대담집 '나의 스승, 시대의 스승' 및 '평화와 깨달음을 찾아가는 교육' '영혼을 깨우는 독서'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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