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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盲人摸象(맹인모상): 모르면서 아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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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옛날 왕이 장님들을 불러 코끼리를 만지게 하고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코끼리의 이빨을 만진 사람은 무 같다 하고, 귀를 만진 사람은 삼태기같이 생겼다고 한다. 머리를 만진 사람은 돌, 다리를 만진 사람은 절구, 등을 만진 사람은 평상,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같이 생겼다고 한다. 코끼리 한 마리를 두고 하는 말이 제 각각이다. 자기가 만진 부분만 가지고 전체를 말한 것이다.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도 아니지만, 코끼리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장아함경'(長阿含經)과 같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장님(盲人) 코끼리(象) 만지기(摸)라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의 성어가 탄생했다. 지금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고집하거나, 하나밖에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을 빗대 이르는 말로 쓰인다.

좀 더 생각해보면 깊은 뜻도 있다. 원래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코끼리를 알려면, 될수록 많은 부위를 만져봐야 한다. 털과 가죽에 싸여 있는 뼈, 내장 등도 들여다봐야 하고, 코끼리의 일거수일투족도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인간은 코끼리를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그래서 지자(智者)일수록 남들이 물으면 약지피모(略知皮毛) 한다. 가죽과 털(皮毛)밖에 모른다는 자세로 조심스레 자기가 아는 것을 이야기한다.

가끔 외부 강의나 중국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을 만날 일이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을 두어 번 다녀온 그들은 "중국은 이렇다" 하며 힘주어 말하는데 기가 질리곤 한다. 내 전공이기도 하고 현지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도 모르는 중국 이야기를 그들은 잘도 해 댄다.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들린다. 차근차근 알아 가면 코끼리도 보일 것이다,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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