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만찬을 겸한 사적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여당의 총선 전략을 다루는 싱크탱크 수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적으로 만난 것은 내년 총선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정치 중립'이란 문 대통령의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라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양 원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한 만찬"으로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선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그것도 경제 상황 악화로 총선에서 여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 만남이 단순히 '밥만 먹는' 자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관련 보도에 대한 양 원장의 음모론적 시각이다. 양 원장은 입장문에서 "취재와 보도 경위에 여러 의문을 갖게 된다"며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부터 전철 한 시간, 식당 잠복 서너 시간을 몰래 따라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인가? 추구하고자 한 공적 이익은 무엇인가"라고 했다. 불리하면 음모론으로 모는 현 집권 세력의 고약한 버릇이다.
자신은 공인(公人)이 아니라며 손사래 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 원장은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 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고 여당 싱크탱크를 맡고 있는 인사가 공인이 아니면 누가 공인인가.
양 원장은 동석한 인사들도 밝히지 않았다. 정말로 밥만 먹었다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것도 이번 만남이 '총선 대비'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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