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여동생 인생 망쳤다"며 남구청 구청장실에서 분신자살 소동벌인 60대

구청 직원이 개인 정보를 알려준 탓에 여동생의 인생이 불행해졌다며 60대 남성이 구청장실에서 분신 소동을 벌이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28일 오전 8시 35분쯤 대구 남구청장실에서 조재구 구청장과 면담 중이던 A(61) 씨가 500㎖ 생수통에 담아온 휘발유를 구청장실 바닥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이려다 조 구청장에게 라이터를 빼앗겨 미수에 그쳤다. A씨는 구청 입구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가 이날 소동을 벌인 이유는 여동생 B(54) 씨가 우울증과 생활고 등을 겪는 것이 남구청의 실수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구청이 알려줘선 안될 사람에게 여동생의 연락처를 줬다고 A씨는 주장하고 있다.

남구청에 따르면 B씨와 과거 연인 사이었던 C씨는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지난 2015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B씨를 보고 "B씨와 연락하고 싶다"며 남구청에 편지를 보냈다. 남구청 직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거절했지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오는 C씨의 요청을 B씨에게 전한 것이 화근이 됐다.

옛사랑이 그리웠던 B씨는 C씨에게 연락했고, 면회를 이어가며 혼인신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B씨는 C씨에게 돈을 뺏기고 협박을 당하는 등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다가 결국 헤어졌고 이후 생활고와 우울증이 심해지며 정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것.

남구청 관계자는 "A씨는 지난 1월부터 남구청을 지속적으로 찾아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 이날도 면담 중 화를 참지 못하고 '다 같이 죽자'며 휘발유를 뿌렸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B씨와 C씨를 연결해 준 담당 공무원을 고소했지만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 데 대해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청 측은 "금전 보상은 할 수 없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구청이 할 수 있는 공적급여를 제공하고 수차례 위로를 했다"며 "성격이 다혈질이지만 선량한 민원인이다. 최선을 다해 A씨를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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