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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홍도 작 '서원아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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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담채, 26.9×81.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종이에 담채, 26.9×81.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부채에는 별별 그림이 다 들어갔다. 정선은 금강산을, 김홍도는 서원아집이라는 자신의 주제 중 하나를 부채에도 그렸다. 둘 다 인기 많은 그림이었다. 금강산도 그렇지만 서원아집도 부채에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역시 대가는 달라서 김홍도는 등장인물이 많고 배경도 쉽지 않은 이 그림을 화제까지 넣고도 부채꼴에 빠짐없이 다 그렸다. 정선이 '정양사'에 일만이천봉을 다 넣은 것처럼.

22줄로 빽빽하게 쓴 화제는 김홍도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썼다. 내용은 '서원아집도기'(西園雅集圖記)로 북송 영종의 부마인 왕선이 주최한 서원의 아취 있는 모임을 서술한 것이다. 등장인물은 집주인 왕선, 소식과 동생 소철, 미불, 이공린, 황정견, 조무구, 원통대사 등 16명이다. 모두 중국의 역사적 대가들이다. '서원아집도기'에는 이들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비파를 연주하고, 담론하는 광경이 자세와 옷차림, 모자 모양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바위에 글씨를 쓰는 미불의 모습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서원아집도는 이 글의 내용에 따라 그려진 그림이다. 불세출의 인물들이 동시대에 한꺼번에 모인 서원아집이야말로 한자문화권 지식층이 동경하는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명나라 청나라의 유명화가들에 의해 계속 그려졌고, 17세기 후반 조선에도 수입되었다. 18세기에는 무척 성행했던 듯 강세황은 자신이 본 아집도만 해도 수십 종이라고 했다. 많은 문인들이 서원아집에 자신들의 모임을 빗대며 풍류를 자랑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대만 학자에 의해 미불이 지었다고 믿었던 '서원아집도기'가 사실은 16세기 명나라 때 처음 나타난 위작이며 서원아집은 후대의 상상임이 밝혀졌다. 이 16명이 북송의 수도 개봉에서 모두 만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서원아집도기'는 나타난 이후 최고의 모임을 묘사한 준거 자료로 중요하게 읽혀지며 서원아집도로 그려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이 부채그림은 김홍도가 역관인 이민식에게 그려 준 것이다. 이민식은 그림을 좋아한 수장가로 김홍도가 '신선도 8폭 병풍'(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그려주었던 대단한 재력가였다.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에는 달력이라"는 향중생색(鄕中生色)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었다.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는 부채 선물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지난 7일이 단오였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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