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열리나?

경기 상황 나빠지면 올 4분기쯤 금리 인하 전망 나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금융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금리 인하 신호?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며 통화정책 방향을 밝혔다. 향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지난 4월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며 선을 그었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는 2.5%이고, 수정 전망치는 다음달 18일 발표될 예정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게 되면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뜻이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9일 간담회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며 비슷한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시기는 4분기쯤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오는 10월 17일과 11월 29일에 예정돼 있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내린 시점은 2016년 6월(연 1.25%)이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3년 만에 통화정책기조를 완화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선 기대감 커져

이날 이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3bp(1bp=0.01%p) 내린 연 1.469%에 장을 마감해 지난 10일 기록한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10년물은 연 1.600%로 8.0bp 하락해 2016년 10월 17일(연 1.550%)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지난달부터 증폭돼 왔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연 1.75%)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에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낮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 금통위 회의에선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이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 악화, 반도체 회복 지연 등을 전제로 내세웠기 때문에 통화정책기조가 한두 달 사이 당장 바뀔 것이란 기대는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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