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어선에 '뻥 뚫린' 3중 해안경계망…철책 절단 부대서 또 구멍

군 당국 '재발 방지책 마련' 골몰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군과 해경, 육군으로 이어지는 3중의 해상·해안 감시망이 완전히 뚫려 군 경계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군경은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한 북한 어선을 인근에 있던 우리 주민이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 어선이 지난 12일 동해 NLL을 넘어 지난 15일 주민 신고로 발견되기까지 나흘간 우리 해상에 머무는 동안 해군과 해경, 육군의 3중 감시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이 야간에 삼척 앞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는 동안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포착된 표적이 기동하지 않고 정지해 이를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는 게 관계 당국의 해명이다.

목함인 전마선의 특성상 해상 레이더는 이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으나, 육군의 또 다른 감시장비인 열상감시장비(TOD)로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해 우리 주민과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내용의 대화를 직접 나누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가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육군의 허술한 해안 경계태세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군 당국은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안 감시전력 보강 ▶견고한 해안 감시시스템 구축 등 크게 두 방향에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19일 전했다.

해안 감시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를 대거 확충해 해안에 깔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군은 해안 감시레이더와 TOD,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 등을 전력화해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해안 감시레이더는 수명 연한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부품을 개량하거나 신규 장비를 도입해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안 감시 주력 장비의 수명 연한이 한참 지났는데도 이를 제때 개보수하거나 신규 장비로 보완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감시 장비에는 북한 선박이 포착됐다. 다만, TOD는 야간에만 운용해 오전 6시 20분쯤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선박을 탐지하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넓은 바다를 육상에 배치된 감시전력 만으로는 모두 잡아낼 수 없기 때문에 대신 공중에서 해상을 밀착 감시할 수 있는 초계기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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