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나에 250만원짜리 쓰레기통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구청, 추경서 개당 250만원 쓰레기통 설치하려다 ‘전액 삭감’
동구청은 개당 243만원 들여 쓰레기통 7개 설치
“소량 제작, 비싼 재질 때문” 이유에도 시민 반응은 싸늘   

25일 동대구역 앞 버스승강장에 가격이 240만원이 넘는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5일 동대구역 앞 버스승강장에 가격이 240만원이 넘는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길가 쓰레기통 8개 설치비용 2천만원, 개당 250만원.'

대구 서구청이 최근 열린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9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종합심사'에 제출한 추경 사업 중 일부 내용이다. 서구청이 서부시장과 달성토성마을에 쓰레기통 8개를 설치하기 위해 개당 25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이다.

구청은 디자인이 독특한 쓰레기통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구의회는 전액 삭감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대다수 주민들도 '예산 낭비'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고가 논란을 일으킨 이 쓰레기통은 이미 대구 도심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청이 앞서 올해 1월 예산 1천701만원을 들여 커피 용기 모양의 쓰레기통 7개를 동대구역과 대구공항에 설치한 것. 이 쓰레기통의 개당 가격은 243만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길가에 설치된 쓰레기통 가격이 개당 40만~6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비싼 쓰레기통이다.

250만원짜리 쓰레기통 8개를 설치하는 데 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던 서구청. 채원영 기자.
250만원짜리 쓰레기통 8개를 설치하는 데 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던 서구청. 채원영 기자.

상상을 초월한 쓰레기통 가격에 상당수 시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25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만난 A(70) 씨는 "그냥 커피 모양일 뿐인데 240만원이 넘는다는 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그는 또 서구청이 설치하려 했던 쓰레기통 시안을 보여주자 "이게 250만원짜리라니 황당하고 충격적이다. 세금을 이렇게 허투루 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시민 B(20) 씨는 "굳이 쓰레기통에 혈세를 낭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기초단체 로고가 필요하다면 그냥 기성품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레이저 각인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모양이 독특하기 때문에 제작에 손이 많이 가는 점과 소량 제작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동구청 관계자도 "스테인리스 재질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주한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쓰레기통 하나 만드는 데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비싼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작은 사업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시민 이해와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25일 동대구역 앞 버스승강장에 가격이 240만원이 넘는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5일 동대구역 앞 버스승강장에 가격이 240만원이 넘는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