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화섭의 아니면말고!]존재감 없어진 한국영화. 사자, 엑시트는 성공할까?

유튜브| https://youtu.be/bbPdtR8A0pQ

안녕하세요,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지난 '아니면 말고'에서 '디즈니' 명작의 실사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나름 이 전략이 한국에서는 성공했는지 박스오피스에서 디즈니 영화에 대한 바람이 거센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통합전산망이 제공하는 7월 19일에서 21일까지 주말 관객 수를 보면 1위가 '라이온 킹', 2위가 '알라딘', 3위가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4위가 '토이스토리 4'입니다. 5위에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 자리잡고 있긴 합니다.

이 박스오피스 차트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최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에 제대로 흥행하고 있는 영화가 안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여름방학 시작 시즌에 한국영화는 흥행은 고사하고 화제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기생충'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지금 한국 영화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인 디즈니의 파상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이유가 단지 외국 영화의 마케팅이나 스크린 독점과 같은 영화 외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기방도령'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난 7월 10일에 개봉해서 주말에 11만여명을 모으며 주말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고, 결국 다음 주말인 7월 19일부터 21일까지의 관객수는 고작 1만여명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더 심한 예로 목포 조직폭력배 두목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내용의 영화 '롱 리브 더 킹'의 경우 개봉 첫 주 동안 80만여명을 동원했지만, 7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1일 관객 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결국 올 상반기, 화제성으로만 보면 한국영화는 '극한직업'과 '기생충' 두 편 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두 영화 다음으로 올해 최다 관객 3위에 기록된 영화가 '돈'인데요, 338만여명 밖에 관객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차이가 많이 나네요.

어쩌다 한국영화가 이렇게 존재감이 없어져 버렸을까요? 일단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라 할 수 있는 10대, 20대의 구미에 맞는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살펴봤습니다. 실제로 상반기에 화제가 됐던 영화는 유관순을 다뤘던 '항거:유관순 이야기'나 칠곡 할머니들의 한글 배움을 다룬 '칠곡 가시나들'같은 독립영화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름 '대작'이라 칭해지던 '스윙키즈', 'PMC 더 벙커' 같은 영화들은 그 만듦새와 내용에 대한 비판으로 극장에서 일찍 내려야 했습니다. '스윙키즈'의 경우 엑소의 멤버 디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0대 관객을 노렸지만 엑소 팬들조차 '보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니까요. 특히 올해 한국영화 침체는 이 영화가 쐐기를 박았다 해도 이의를 걸 사람이 없을 겁니다. 바로 '자전차왕 엄복동'입니다. 올해 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관련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자전차왕 엄복동'도 그 때를 맞춰 나온 영화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엉성한 CG, 말도 안 되는 전개 등으로 이 영화는 '초대형 망작'이란 타이틀을 얻고야 말았죠. 오죽하면 총 관객 수가 17만여명 밖에 안 되는 걸 두고 '이걸 UBD라는 단위로 만들자'라는 네티즌 유머도 있을 정도입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디즈니 영화들은 왜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을까요? 마블 유니버스의 한 장을 장식한 '어벤저스:엔드게임'과 새로운 장을 연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그리고 디즈니 만화의 실사화와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는 디즈니를 비롯한 헐리우드 영화들이 차근차근 한국 관객의 영화 고르는 입맛을 길들여놓았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미 '아이언맨'이 나온 지가 10년 가까이 되구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이미 어른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한국 영화도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갓 태어난 아이들이 병원에서 먹고 자란 분유를 쉽게 바꿀 수 없듯 영화의 주 고객층인 10대, 20대의 영화 고르는 기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신과 함께'의 성공이 아마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파적'이라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과 함께'는 헐리우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엄청난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이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리고 '극한직업'의 성공도 참고할 만한 것이, 다들 '정말 오랜만에 잘 만든 코미디영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결국 관객들의 높아진 시각효과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고, 그만큼 스토리나 세계관도 탄탄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한국 영화로 관객의 발걸음을 돌릴 방법이 요원해 보입니다. 올 여름에 '나랏말싸미', '사자', '엑시트'와 같은 한국영화가 개봉합니다. 이들이 얼마나 관객을 끌어들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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