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위기가 차라리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최근까지 우려되던 과학 기술에 대한 외면 기조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이후 전환점을 맞은 것을 보니 말입니다."
12일 오전 경북대 공과대학 학장실에서 만난 홍원화 학장은 대뜸 수위 높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과학기술과 자원이 무기화된 시대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는 언제든 재발 가능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분야 인프라와 지원구조로는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 패권 시대에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홍 학장은 "특히 대학은 풍부한 과학기술 인력풀을 갖고 있어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과대학 부속 산업현장기술지원단(이하 기술지원단) 산하에 기술국산화지원부를 신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직을 새로 개편한 기술지원단은 일본 경제보복 조치로 영향을 받는 대구경북지역 159개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지원과 자문을 맡아 대체제 마련을 돕는다. 이미 기술지원단은 2002년 설립된 뒤 축적한 노하우와 교수들의 연구력, 특허권을 바탕으로 지역 기술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또한 홍 학장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와 기관들이 신속하게 대응을 위한 지원책을 편성하고, 전례 없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지금까지 20여 명의 노벨 과학자 수상자를 배출한 반면 우리나라는 전무하다"며 "이는 대학 연구기관의 연구비 재원 조달 구조가 가시적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창의적 연구에 오랫동안 매달리는 연구자들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2년 내로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단기성 과제와 기존 연구에 이슈 키워드를 보탠 '한탕 과제'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기회비용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올바른 산업생태계 분석 ▷로드맵 구축 ▷엄정한 평가 등을 통해 예산이 투입돼야 할 때"라고 했다.
홍 학장은 "일본은 전국 국립대에 연구기반 시설을 갖추고 이를 지역 산업계와 공유함으로써 학문과 산업계 발전 모두를 이끌었다"며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각성의 계기를 준 것이라면 대학 간 핵심 인프라 시설 확충과 실질적 산학협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 경제가 어려울 때 대학이 나서서 돕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기술로 다시 돌려주는 셈"이라며 "나아가 지역을 넘어 국가적 고민을 함께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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