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을 3연임하고 퇴직한 인사가 들려준 얘기. 단체장 취임 직후 똘똘하고 정직하다고 평판이 난 공무원 몇 명을 불러 부탁(?)을 했다. "당신들은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내가 잘못한 일을 거리낌 없이 질타해 주기 바란다." 내부 비판을 통해 더 나은 행정을 펴고자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저하던 공무원들은 단체장을 찾아와 비판하기 시작했고 나름 목표한 성과를 거뒀다. 6개월가량 흘렀을까. 예상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자신을 찾아온 공무원이 아무 말도 않았는데도 마음이 언짢아졌다. "오늘은 저 사람이 무슨 비판을 할까란 생각에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하는 등 개각을 했다. 지금껏 문 대통령 인사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 아니지만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개각이 대통령의 국정 쇄신에 기여는커녕 측근들 돌려막기에 그쳤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일방통행 코드 인사가 되풀이되고 말았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이번 인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쓴소리를 할 인사들을 기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선 외교·안보 라인. 경질 요구가 쏟아졌던 존재감 제로(0)의 외교·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엔 반미(反美)·친북(親北)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를, 국립외교원장엔 대선 때 캠프에 참여한 인사를 임명했다. 외교·안보 위기 돌파는 고사하고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사다.
압권은 조 전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인사 검증 실패 등 책임을 물어도 시원찮을 사람을 발탁한 것도 문제지만 조 전 수석은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은커녕 한술 더 떠 친일·반일로 국민 편 가르기에 앞장선 사람이다. 이순신 장군 시에 나온 '서해맹산'(誓海盟山)을 들먹이며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을 왜군에 빗대는 절묘한 편 가르기를 한 것을 보면 그의 언행은 달라지지 않을 게 틀림없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했는데 받침 하나가 다른 망사(亡事)가 되기 십상인 게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소리를 하던 측근을 차례로 내치고 백악관을 '예스맨'으로 채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아예 쓰지 않는 문 대통령이 이 부분에선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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