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꼰대 탈출기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요즘 젊은 세대에서 꼰대란 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그 말을 들으면 새삼 옛 생각이 난다. 우리 세대가 젊은 시절 비속어로 사용하다가 한동안 사라졌던 어휘이기 때문이다. 나는 입으로 그 말을 소리내어 말한 기억이 없다. 선생님, 부모님 등 세대를 비하하는 말이라 입에 담기가 거북했다.

그런 말이 한 세대를 지나 되살아났다. 그리고 과거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다. 드문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수직적 위계질서에 순응적이었다면 현재는 모든 것이 수평적 질서이므로 현재 20, 30대가 상명하복의 문화에 느끼는 반감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세대 차이'나 '세대 갈등'이란 점잖은 표현을 마다하고 젊은 세대는 '꼰대질'이라 표현한다.

최근 임홍택 저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다. 1990년대생의 언어 생활부터 소비 성향, 가치관까지 세상을 주도하는 90년대생을 파헤치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두 초점이 있다. 한 초점은 '90년대생'이고 다른 초점은 '꼰대'이다.

기성세대는 90년대생을 낯선 세대로 본다. 반대로 90년대생 입장에서 본 세상은 얼마나 힘들까? 달리 표현하면 기성세대가 90년대생에게 얼마나 꼰대질하기 쉬운지를 말하고, 90년대생이 그 꼰대질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요즘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전 세대와는 다르게 급상승했다. 소위 꿈의 직장, 고연봉의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1년 내, 3년 내에 퇴사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다. 공무원 준비에 그렇게 몰두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회사 상관들의 꼰대질을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90년대생의 꿈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9급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기 때문에 최종 합격률이 2%가 채 되지 않는다. 가히 90년대생을 '9급 공무원 세대'라 부를 만하다.
기성세대는 90년대생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세태를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기성세대를 위한 꼰대 탈출기임을 알게 되었다.

90년대생의 꼰대 세대가 누구인가? 베이비부머인 부모 세대이다. 가정에서는 자기 자녀를 민주시민으로 창조적인 인물로 금이야 옥이야 키우면서, 사회에서는 다음 세대에게 꼰대질을 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베이비부머이고 90년대생 딸을 두었으니 이 책은 우리 가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인 나도 자칫 꼰대가 될 위험에 처했다. 임홍택의 책에 있는 꼰대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다행히 꼰대는 아니었다. 아마도 평소 20, 30대 젊은 세대의 여론, 취향, 성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인가 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나의 '탈꼰대선언'이다. 1.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2.침묵을 습관화한다. 3.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4.꼰대질을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5.다음 세대 탓을 하지 않는다. 6.후배들을 칭찬한다.

'요즘은 왜 이런가?' 하고 큰소리쳐 보아도 결국은 구시대의 연장이다. 주장하는 내용도 복고풍이다. 한 번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떠나야 한다. 다음 세대는 여전히 우리 노년의 보험이고, 현재와 미래의 주인이다. 세대 간의 화해와 공존의 길을 열자.

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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