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감독인 경북 경산시 하양 출신 박남옥(1923~2017)의 영화와 삶을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2019 유니카 코리아 국제영화제의 한국 영화 100주년 기념 마스터 클래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말하다'가 지난달 29일 (사)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와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 주관으로 열렸다.
특히 이날 '박남옥 포럼'에 영국 출신 사이먼 맥엔태가트 영화감독이자 영화비평가가 박남옥 감독의 영화 '미망인'(1955년 상영)에 대한 한국 영화사에서의 의미와 삶을 조명했다.
맥엔태가트 영화감독은 "박남옥의 영화 '미망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관점이나 인간관계 표현에 있어 그 전의 영화와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즉 당시로는 금기시 여겼던 전쟁 미망인이 자신의 딸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 독립성과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표현한 파격적인 영화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른두 살의 박남옥 감독이 치마저고리에 고무신을 신고 젖먹이를 등에 업고 스태프들에게 밥을 해 먹이며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 '미망인'은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중요한 것은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엔태가트 감독은 "박남옥의 '미망인'은 불과 3일 만에 간판을 내렸고, 이후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가 1997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재조명돼 개막 초청작으로 상영된 것을 계기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한국전쟁 후 열악한 영화 제작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남성 중심적인 영화 현장에 뛰어들어 온갖 어려움과 차별을 이겨 내고 '미망인'을 완성한 박남옥 감독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는 "박 감독은 온갖 고난의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자이자, '미망인'은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조명한 세련된 연출과 세밀한 캐릭터 묘사 등으로 작품성도 뛰어나다"면서 "그의 고향인 경산시는 이 자산을 문화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은 당시 사회의 금기에 맞서 영화를 완성해 낸 저력은 가히 여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인권운동 차원에서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맥엔태가트 감독은 "영화 관련 글을 준비하다 박남옥 감독을 알게 돼 자료 수집과 연구에 빠지게 됐다"면서 "현재 박남옥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데 내년 여름쯤 완성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만 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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