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실망한 국민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국민을 향한 진솔한 사과, 국민 통합 메시지 제시, 국정 대전환 선언이 빠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 마비, 국론 분열을 가져온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의 빠른 처리를 국회에 요청한 것은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압박이다. 경제에 대해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상황 인식과 대책 나열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크게 잘못됐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의 비리 의혹을 '합법적 제도' 안에 있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과 달리 여전히 조 전 장관을 감싸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 공수처 설치 드라이브를 건 것 역시 검찰 압박임은 물론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경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경제 실상이나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을 했다. 대책이라고 제시한 것은 세금을 더 퍼붓겠다는 것이 고작이었고 정작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 대전환 선언은 없었다.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수출이 침체에 빠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는 경제 현실과 대통령의 인식은 괴리가 크다.
연설 말미에 문 대통령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국론을 통합하기 위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실제 국정 기조 변화로 이어질 개연성은 크지 않다. 지금껏 문 대통령은 경청 시늉만 할 뿐 국정 전환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집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후반기에도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고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게 한 문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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