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의 한 출판사가 기획한 '100인 100책-대구에 산다, 대구를 읽다'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대구에 살고 있는 저술가들이 대구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한 100여 권의 책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책 중에는 시, 수필 등 문학도 있고, 사회학도 있고, 아무튼 장르가 다양했다. 출판기념회를 기획한 출판사의 대표는 "대구의 작가를 대구가 먼저 알아줘야 서울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출판사 대표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작가들은 어떠한 작가인가? 대형출판사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유명작가들과 대형서점에서 소위 베스트셀러로 지정된 작품들의 작가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지역 출판 관련 정책도 그러하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에서 선정하는 도서만 봐도 지역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대구시가 선정한 '2019 대구 올해의 책 10권' 중 지역의 책은 '대구 독립운동 유적 100곳 답사여행' 한 권뿐이다. 나머지 9권의 책은 모두 대구와 연관이 없는 서울권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책들이었다. 대구시립도서관에서 선정한 '2019년 올해의 한 책' 역시 서울의 메이저 출판사의 유명 작가의 책이었다.
문학 정책에서부터 대구가 지금과 같이 지역 서적과 출판사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대구문학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지역 작가들은 영세한 지역 출판사보다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 서울 출판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당연히 지역에서 발행되는 서적 역시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역 서점 역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지역 시인이 운영하던 독립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지금까지 유지한 것도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백화점에 입점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주류인 시대에 영세한 지역 서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서점 멸종 지역'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을 보면 얼마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대구의 문학정책이 지역 작가, 출판사, 서점을 배려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작가멸종지역', '출판사멸종지역', '서점멸종지역'이 될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매년 가을이 되면 동네 서점에서 개최하는 '문학의 밤'을 찾아가곤 했다. 은은한 LP음악과 책이야기가 있는 문학의 밤은 배려가 있는 나눔의 공간이었다. 오래된 서적에서부터 신간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감상평을 나누고, 듣고, 공감하는 시간, 오롯이 책으로 하나 된 행사였다.
하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책과 서점은 어떠한 추억으로 남게 될까?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는 오늘날에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한 권의 책이 전하는 감성을 누려볼 수 있을까?
지역의 작가, 출판사, 서점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미래 대구 문학의 기반이며 후대에게 지역의 문화를 전하는 유일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시대가 변하고 책의 문화도 디지털화되면서 한 장, 한 장 넘겨 읽는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시대가 변하여도 책의 가치는 영원불변하다는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