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항행료 강제 부담이 아라비아반도 주변 산유국들의 파이프라인 패권 전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파이프라인이 어디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판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에 일명 '원유특사'를 급파하는 등 홍해를 통한 우회로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전 보장된 우회로 찾는 수입국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료 징수 엄포를 내리자 국제사회는 우회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장 우리 정부도 중동지역 원유 운송 지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홍해 루트'라는 우회로 확보 자구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에도 예멘의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청해부대가 지근거리에 있고, 후티 반군의 봉쇄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홍해 루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에서 서부 얀부항까지 육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보낸 뒤 얀부항에서 선적하는 운송로를 가리킨다. 현재 얀부항을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수출되고 있다. 이란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1일 정부가 '운항 자제 권고'를 내렸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 장기화로 통항을 다시 허용한 것이다.
후티 반군이 벼르고 있는 바브엘만데브해협 통과가 숙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후티의 전력이 호르무즈처럼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느냐. 그 가능성은 조금 떨어진다"며 "랜덤으로 하나둘씩 공격함으로써 협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청해부대가 우리 선박의 안전 확보와 관련해 실시간 위치 확인 등에 나서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알제리 등에 원유특사를 파견해 추가 물량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파이프라인, 홍해로 돌린 산유국
원유 구매 고객들의 니즈에 충실해야 하는 산유국의 입장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호르무즈해협 중심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이 핵심인데 결국 홍해 연안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산유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송유관을 확장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는 원유 수송 방식이 없는 게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을 동서로 잇는 '페트로라인'이다. 태생 자체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에 대비한 것이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원유 수출길이 막힐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깔아둔 길이 1천200km의 송유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이란의 위협 이후 국제사회의 아우성을 접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많은 원유를 수송할 수 있도록 기존 노선 확장과 신규 경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아랍에미리트 합샨 유전과 오만만의 푸자이라를 잇는 400km의 아부다비라인도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는다.
이라크도 튀르키예로 눈을 돌렸다. 북부 유전과 튀르키예를 잇는 키르쿠크-제이한 송유관 복구에 착수하는 한편 이라크-요르단 홍해 항구 연결도 선택지에 넣었다. 다만 기반시설 확보에 드는 비용 확보와 운영권 협상 등은 감안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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