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허리케인 뒤이어 마을 덮친 악어 떼… 재난 영화 '크롤'

거대한 재난, 피할 수 없는 공포, 수영 능력 활용할 수 없는 여자 주인공… 긴장감 죄는 요소들로 공감각적 공포 선사

영화 '크롤' 스틸컷
영화 '크롤' 스틸컷

'겨울왕국2'의 광풍 속에 찾아온 한 편의 재난 영화 '크롤'(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가을의 끝자락에 뜬금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 영화 재미가 쏠쏠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내놓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라는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재난 영화의 공식 하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재난이다.

'크롤'의 재난은 두 가지다. 시속 250km의 초대형 허리케인과 악어의 조합이다. 집을 날려버릴 정도의 초대형 재난이 마을을 덮치고 여기에 최상위 포식자인 악어떼가 나타나 주인공을 공격한다. 이 설정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9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 남동부에 큰 피해를 입혔는데 이때 침수된 마을에 악어떼가 나타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사건이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강타한다.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 분)는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아버지 집을 찾아간다. 모든 사람이 대피한 유령 같은 마을.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빠져나오려는 순간. 점차 불어난 홍수에 집안에 갇히고, 그 물 속에는 거대한 악어가 도사리고 있다.

허리케인과 악어는 모두 극도의 공포를 주는 대상이다. 영화는 영리하게 둘을 엮어 극한의 구석으로 몰아간다.

영화 '크롤' 스틸컷
영화 '크롤' 스틸컷

재난 영화의 공식 둘. 피할 수 없는 공포다.

'크롤'의 상황은 최악이다. 아버지는 다쳤고, 전화는 불통이고, 물은 시시각각으로 불어난다. 악어의 밥이 되거나 익사하거나 둘 중 하나. 그것이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

모두가 대피한 마을. 거친 바람과 폭우로 구조대원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거기에 부녀가 갇힌 곳은 지하실. 물이 불어나면서 밑에는 악어가 득실댄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극한의 공간이 되어간다.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어렵게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난관이 주인공을 덮치는 식이다. 그래서 관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조여오는 공감각적인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영화 '크롤' 스틸컷
영화 '크롤' 스틸컷

재난 영화의 공식 셋. 주인공은 약한 존재, 여자면 더 좋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딸이다. 그녀의 강점은 수영선수라는 점. 그러나 그것 또한 지하실의 한계에 부딪친다. 기대어야 할 아버지는 부상을 입고, 오히려 딸의 발목을 잡는 신세. 영화는 부녀의 애증관계를 스토리에 녹여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기도 한다.

헤일리역의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매력이 돋보인다. 연약하지만 한계상황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 출연한 배우다.

'크롤'은 스피디한 전개와 쌓여가는 서스펜스로 재난영화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거대한 재난 앞에 약한 존재라는 상투적인 공식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 스릴러적인 재미까지 선사한다. 긴장의 끈을 최고치로 당기며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는 유지태 주연 '거울속으로'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미러'(2008)를 연출한 감독이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작품은 '피라냐'(2010)이다. 공포영화의 대가인 샘 레이미 감독이 '크롤'의 제작자다. 그는 "극 안에서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재주가 탁월하다"고 아야 감독을 평가했다.

'크롤'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94%를 기록했고, 제작비 6배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역대 악어 스릴러 1위를 차지했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영화 '크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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