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의 부부애를 보여주는 사진을 거침없이 공개해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최고지도자의 부인'이란 말 자체가 최대 금기어에 속했던 것과 대비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행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 부부가 개울가에 다정히 앉아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백두산 군마 등정 때에는 김 위원장의 바로 뒤에 리 여사가 말을 타고 따르며 퍼스트레이디의 위지상을 과시했다.
최근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의 국내 시찰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매체들은 이 여사의 동행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사진만 공개했지만, 항상 함께 있는 돈독한 부부라는 사실을 보여줬다.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2012년 공식 집권 직후 부인을 대내외에 공개하는 파격을 보였고 팔짱을 끼거나 서로 정겹게 바라보며 웃는 모습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부친 김정일 위원장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성 권위적인 인식이 강한 데다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4명의 부인을 둔 관계로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컸으며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씨는 2004년 사망 전까지 사실상 고위층 내부에선 퍼스트레이디였으나 공식 결혼한 부인이 아니어서 공개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고용희씨와 김정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생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복잡한 여성 편력은 후계자 내정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며 가혹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일찍부터 권력투쟁을 맛본 김정은 위원장의 트라우마는 결국 일찌감치 부인을 공개하는 등 부친과 정반대의 길을 걷게 한 셈이다.
리설주 여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남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 고씨가 남편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군님'이라고 존칭을 썼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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