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협과 경상북도의정회의 부적절한 동거(?)

농협, 의정회 사무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편의 주고받기'라는 시선도

대구 북구 대현동 엣 경북농협 별관 2층에 자리한 경상북도의정회 사무실. 간판 디자인에는 농협의 상징 색깔과 문양이 그대로 반영됐다. 채원영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엣 경북농협 별관 2층에 자리한 경상북도의정회 사무실. 간판 디자인에는 농협의 상징 색깔과 문양이 그대로 반영됐다. 채원영 기자

농협 경북지역본부(이하 경북농협)와 전·현직 도의원 모임인 경상북도의정회(이하 경북의정회) 간의 부적절한 동거(?)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경북농협이 경북도청 신도시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사용한 대구 북구 대현동 사옥 별관 건물 한 공간을 경북의정회가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사무실로 쓰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8일 경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경북의정회는 1998년 설립돼 전·현직 도의원 28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옛 경북농협 별관 2층 77㎡ 넓이의 공간을 사무실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임차 비용이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경북의정회의 사무실 임차비용은 보증금 2천600만원에 관리비 등 명목으로 내는 월세 2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첫 해 계약한 이후 8년가량 추가 인상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대현동 일대에서 경북의정회 사무실 규모 정도를 구하려면 보증금 2천만원대에 적어도 월 80만원은 줘야 한다는 게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8조원이 넘는 경북도청 일반회계 금고를 수년째 맡고 있는 경북농협이 '경북도와 경북도의원 사이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편의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경북의정회에 현직 도의원도 당연직 회원이 되는 만큼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북의정회는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사무실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빚어진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주로 전직 도의원이 활동하는 경북의정회는 과거 경북도로부터 보조금 수천만원을 지원받아 운영됐지만 2016년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는 것이다.

경북도의회 한 관계자는 "전·현직 도의원이 모인 단체에 '나가라'고 먼저 말할 수 없는 경북농협과 사무실 얻을 재원이 없는 경북의정회가 서로 눈치만 보며 부적절한 동거를 이어가는 셈"이라며 "어느 한 쪽이 먼저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내년에도 조건에 변화없이 계약은 그대로 연장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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