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시립오천도서관에 설치된 기초의원 주민소환 사전투표소.
주부로 보이는 30대 여성 4명이 투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손등에 찍힌 붉은 도장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이 "제대로 읽고 찍은 거 맞지? 위에 거 찍었어, 밑에 거 찍었어? 헷갈리면 안 돼"라고 이야기하는 사이,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부부, 백발노인, 20대 청년이 줄이어 투표소로 들어갔다.
투표소 안에는 주민소환 찬·반 양측의 참관인들이 혹시 벌어질지 모를 부정행위를 찾기 위해 날카로운 눈초리로 기표소 3곳 주변을 계속 살폈다.
투표소를 나온 주부 A(37) 씨는 "이번이 아니면 우리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투표에 참여했다"며 "포항시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포항 SRF)이 주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정말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투표에 참여한 B(39) 씨는 "얘들을 위해서도 저런 시설(포항SRF)을 오천읍에 둬서는 안 된다. SRF가 오천에 들어와 가동되는 것을 막지 못한 이들에게 주민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싶다"며 투표 이유를 밝혔다.
오천읍 주민 C(73) 씨는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오천읍 인근의 쓰레기 매립장, 음식 폐기물 처리시설 등으로 입은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며 "이제 더는 참지 못한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이번 사전투표에 참여 인원을 보고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한 직원은 "일반 선거 때와 분위기가 거의 같다. 투표 인원이 이렇게 많을 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주민은 1천205명. 아직은 주민소환투표 유권자 4만4천28명의 2.7%에 불과하지만, 사전투표 이틀 중 첫날이고, 정식 투표일(18일)이 또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표 충족 인원인 총유권자의 3분의 1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투표 인원의 과반 이상이 찬성을 찍으면 해당 기초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번 투표는 오천읍 지역구인 이나겸·박정호 시의원(자유한국당)이 주민 편에서 포항SRF 건설·가동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선관위에 청구해 시행됐으며, 대구·경북에선 첫 주민소환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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