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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김의겸의 기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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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통 크게'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할 개인적인 명예이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회원이란 명예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면서 기부를 하고 그런 명예를 얻는 것이 과연 '순수한' 기부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기부론은 참고할 만하다. 기부가 기부이려면 기부자와 수혜자는 서로 주고받은 행위를 기부행위로 인지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기부는 '경제적 교환 행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에 적용하면 기부자는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사회적 존경이라는 반대급부를 얻는 것이 된다. 기부가 사회적 존경이 목적이 아니라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고 해도 교환 행위이긴 마찬가지다. 너무 엄격하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조금 완화된 의견을 제시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기부에서 기부자는 '주는' 주체가 되고 수혜자는 '받는' 객체의 위치에 선다. 사르트르는 이런 기부자의 '주체성'이 기부행위의 독(毒)이며 이를 제거해야 '순수한' 기부가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익명 기부'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의 기부도 순수한 기부이겠지만 '대구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들의 익명 기부가 '진짜로' 순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흑석동 상가 투자 차익을 기부하겠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약속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부터 이미 '익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나온 약속이란 점도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곤혹스럽게도 기부 약속을 지켜도 문제다. 그는 지난 19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부처에 대해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있는데 실행을 한 뒤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부처를 밝힌다면 그 즉시 순수한 기부가 되지 않는다. 기부처를 밝히지 않으면 더 곤혹스러워진다. '말로만' 기부한 게 아니냐는 입방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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