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못 믿겠다" 사우디, 이란·카타르와 긴장완화 타진

NYT "아람코 원유시설 피격 후 외교정책 급변침" 관측
배경엔 미국 외교정책 불신·사우디 둘러싼 광범위한 반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강력한 자기장과도 같은 동맹을 떨치고 이란·카타르 등 적성국가들에 대해 긴장 완화를 타진하는 등 급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사우디가 지난 9월 14일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아람코 등 자국의 최대 석유 시설 2곳이 타격을 입은 이후 적성국에 대한 지금까지의 강경 입장에서 벗어나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5년 가까이 끌어온 예멘 내전을 끝내기 위해 후티 반군들과 직접 대화를 강화하고, 이웃 카타르에 대한 외교·교역 봉쇄를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중동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주적 이란과의 간접 대화에 착수하는 등 외교적인 급변침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우디의 변화는 미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은 사우디 원유시설의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사우디의 기대와는 달리 이란을 응징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를 계기로 '외세의 공격으로부터 사우디의 석유산업 보호'라는 미국의 대(對)중동 외교정책을 더 이상 당연시 할 수 없게 됐다는 냉정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우디가 1973년 이래 미국산 무기 구입에 무려 1천700억 달러(약 200조원)의 막대한 돈을 지출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의 군사 지원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자 적들을 향한 접촉을 조용히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우디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예멘 내전을 종식할 것과 카타르와 화해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지만 꿈적하지 않다가 원유시설 피격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를 거두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말에 따르는 '어색한 역설' 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 의회와 미국 행정부 일각에 예멘 내전 등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으로 사우디 정권에 대한 적대감이 퍼져 있는 것도 사우디 입장에서는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한 요소로 작용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데이비드 B. 로버츠와 에밀리 호카옘 등 전문가들은 "(아람코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자행된) 9월 14일은 걸프 해협의 역사에서 중대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이런 상황에서 '톤 다운'이라는 영리한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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