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저출산·고령화와 정부의 재정정책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연금·복지 지출 빠르게 늘어나는데
근로 인구 줄어들며 세수입은 감소
정부는 저금리 시기 재정투자 확대
중장기 성장 견인할 유망 사업 발굴

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활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정건전성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연금과 복지지출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그러한 지출을 감당할 세수입은 근로인구 감소로 인하여 줄어들 것이다.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상반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 및 복지지출 증가를 감당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재정여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정부는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부채 증가를 두려워하지 말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지출을 통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선진국 수준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이 두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나라살림을 가계 살림에 비유해 보자.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에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들은 은퇴 이후 예상되는 지출증가에 대비하여 현재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 가지 대안은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고 절약한 돈으로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현재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 은퇴 이후의 지출을 감당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대안은 은행에서 과감히 빚을 내서 은퇴 이후 고정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느 대안이 꼭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두 대안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 수준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적금에 가입하는 대안은 불리해지고, 은행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대안은 유리해진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낮을 경우, 정부가 적은 비용에 부채를 늘리고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투자가 결실을 맺게 되는 시점에는 경제소득 증가로 큰 폭의 증세 없이도 불어난 국가채무의 상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대안 중 후자, 즉 재정투자 확대가 유리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한국을 지목하며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러한 주장도 저금리 상황의 경제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 지출이 국가의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계 살림 사례에서는 유망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정부라고 다를 리가 없다. 정부예산의 규모에 대한 논쟁보다는 과연 정부가 미래 성장을 견인해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가예산이 현금 살포성 복지지출에 집중된 것은 아닌지, 정부가 최소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공공인프라 구축,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양성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재정투자는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시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시장에 낙관적 기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어야만 기업은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탈(脫)한국'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관련된 정부기능도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재정지출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 정보에 근거한 지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5년 단위로 편성하고 있는 중기재정계획과 실제 예산편성간의 연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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