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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한 딸이 지니, 한 딸이 뜨네!'…대구의 두 딸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한 딸이 지니, 한 딸이 뜨네!'

대구에서 몸을 받아 한 공간에 나온 인연에서는 두 딸이 닮았지만 자란 환경과 삶의 길이 달랐다. 1952년생 딸은 군인을, 1958년 태어난 딸은 세탁소 주인을 아버지로 두었다. 뒷날 서로 다른 정치 진영에 기대 40대와 30대에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50대에 각각의 진영과 이념을 대표하는 당 조직의 꼭지까지 이른 점은 또한 같다.

옛날이면 인생을 갈무리할 60대에 이른 뒤 두 딸 앞의 삶은 또 다른 높은 곳을 향한 꽃길이었다. 그리고 모두 멋진 60대를 출발했다. 한 딸은 2013년 한 나라의 통치자로 더 오를 곳이 없는 데까지 이르렀고, 다른 딸은 올해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뜻있는 60대를 맞았으니 그 소회는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게 삶이고, 새로운 것도 없다지만 변하지 않는 일 또한 없다는 세상인 탓에 두 딸 앞에 열린 길은 얄궂었다. 아버지처럼 대통령이 된 딸은 2016년 국회 탄핵안 가결로 이듬해 3월 물러남도 모자라 곧 구속돼 지금까지 3년 가까이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고향 대구에서도 찬밥 신세이니 이를 알면 기가 막힐 만하다.

지난 2013년, 태어난 대구 중구 삼덕동1가 5의 2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손을 들고 웃는 표정인 얼굴 모습도 곁들인 간판이었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곤 했던 곳이 됐다. 아버지 생가터인 구미 상모동 초가집처럼. 하지만 2016년 탄핵 뒤 훼손되자 철거됐다 2019년 또 세웠으나 올해 누군가에 의해 손상돼 최근 사라졌고 오늘도 없다.

반면, 다른 한 딸은 장관 취임 이후 검찰과 힘 겨루기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초점의 인물이 됐다. 정부 여당과 함께 검찰, 정확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며 성가를 올리지만 지지 진영의 성원 건너편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크다. 특히 출신 여고 총동창회 명의로 떠돈 비난 성명서의 진위 논쟁까지 겹쳐 그의 성가는 높아만 간다.

대구 두 딸의 뜨고 지는 일을 지켜보는 고향 사람의 심경도 부침(浮沈)인 노릇이라 마음이 착잡한 요즘이다. 특히 삶은 꽃길과 가시밭길이 서로 어울리는 법이라 더욱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두 딸 앞에 남은 길 또한 어떨지 궁금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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