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된 웰시코기를 키우는 직장인 A(28) 씨는 "펫보험에 가입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당장 큰 돈이 들 일이 없는데다가 보장 내용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고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펫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려인의 반응은 냉랭하다. 펫보험 시장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표준수가 부재 등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10배…2년 만에 급성장한 펫보험 시장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기르는 '펫팸족'(Pet+Family) 인구는 올해 1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현대해상이 손해보험사 최초로 펫보험을 출시한 이후 국내 펫보험 역사도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펫보험 계약 건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년 1천199건에 불과하던 펫보험 계약 건수는 2017년 2천638건, 2018년 7천717건으로 급증 추세다. 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시장 규모도 2013년 3억원 수준에서 2017년 9억8천만원, 2018년 12억8천만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최대 10배 이상 계약 건수와 보험료가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표 상품 '펫퍼민트'로 점유율 90%대를 유지하며 펫보험 시장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경쟁사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다이렉트 반려견보험'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던졌고, 롯데손보·한화손보·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도 펫보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캐롯손해보험이 이달 초 스위치처럼 껐다 켜며 산책할 때처럼 필요할 때만 가입이 가능한 '펫산책 보험'을 출시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을 위한 펫보험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관련 법제도 정비와 더불어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며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펫보험을 꼽았다.
◆1%도 안 되는 펫보험 가입률…"표준수가 제정 시급"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펫보험 시장이지만 아직 주변에서 펫보험에 가입한 반려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 100명 중 한 명도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본(6%)보다 가입률이 10배 낮고 '반려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스웨덴(40%)과는 비교가 민망한 수치다.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까다로운 가입절차, 비싼 보험료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병원별로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점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표준수가가 없어 위험요인이 큰 펫보험의 가입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서울과 경기 동물병원 50곳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동물병원별 진료비 편차는 최대 80배(발치 항목·5천원~4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성화수술은 병원별로 5배, 예방접종도 4.7배 차이가 났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르는 게 값'이 된 것은 1999년 '동물 의료 수가제'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병원간 담합을 막고 자유 경쟁으로 진료비 하락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폐지됐지만, 오히려 병원들이 일제히 진료비를 올리면서 소비자 부담만 커지게 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도입을 골자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진료비를 항목별로 공시해 진료비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반려인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관련 소비자단체에서는 "사전공지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해 소비자가 반려동물의 진료비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며 "반려동물 등록률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람 대상 보험에 펫보험 포함?…"반려동물도 생명" VS "시기상조"
이 와중에 펫보험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험 종류로 분류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며 펫보험 시장 활성화의 변수로 떠올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반려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람의 질병·상해를 보장하는 보험인 제3보험에 동물에 발생한 사고도 보장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김병욱 의원실은 "동물이 물건이라는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펫보험이 제3보험에 포함되면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펫보험을 팔 수 있게 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영역을 철저히 구분하는 보험업법은 제3보험을 예외로 두면서 상해·질병·간병보험을 생명·손해보험 모두 팔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펫보험의 제3보험 포함은 관련 상품이 다양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등록제와 표준수가제로 철저히 관리되지 않는 시점에서 펫보험을 제3보험으로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펫보험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비가 뻥튀기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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