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교도관 혼자 30만㎡ 소독…'서류상 방역' 꼼수 보고도"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경북 교도소…40-60L 소독제 어깨에 메고 소독
의료까지 책임지다 체력 바닥…정작 수용자들은 감염 노출
법무부 차원 대처 매뉴얼 절실

최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이들 시신 중에는 무연고 사망자나 사형수 표식 없는 유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최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이들 시신 중에는 무연고 사망자나 사형수 표식 없는 유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교도소 밖은 난리지만 안은 천하태평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북부제2교도소에 의료·방역 등을 담당했던 교도관 A씨는 교도소 내의 허술한 의료·방역시스템을 폭로했다.

A 교도관은 "이 큰 교도소에 의료와 방역을 함께 한사람이 담당하고 있으니 두 부분 다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교도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정청에서 소독에 집중하라는 공문이 내려온 뒤 모든 교도소의 담당들은 의료보다는 소독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 하루에 40~60ℓ 정도의 양을 분무통에 담아 어깨에 메고 면적 30만㎡(만평) 정도를 소독하다 보니 담당하는 교도관들도 곡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매일 고된 작업에 병원 신세까지 진다고 한다.

하지만 교도소 내 동료들은 오히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A 교도관은 "노골적으로 소장님이 소독이 너무 싫다고 핀잔을 주는가 하면 타부서 직원들은 '너무 진하다', '민원인들의 민원이 많다' 등의 말을 하고 있어 힘이 더 빠지게 만든다"고 했다.

A 교도관에 따르면 이런 분위기 때문에 소독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 소독을 했다고 보고하는 교도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업무를 보는 일부 교도소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못 이겨 서류상으로 소독을 했다고 처리만 하고 실제로 소독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며 "어차피 같은 공간에 상급자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동의에 의해 이런 꼼수가 암암리에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방역에 집중하다보니 교도소 내 의료부분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A 교도관의 주장이다. 그는 교도소 내에 확진자가 발생했고 교도관보다 수용자들의 건강상태나 연령, 위생상태, 질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고려하면 더 취약계층이며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는 법무부 차원에서 교도소 내 방역과 의료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 교도관은 "방역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이 수용자의 의료부분인데 이를 놓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인력을 늘리던지 외부 진료체계를 더욱 유동적으로 열어 수용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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