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조율(調律)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기타와 같은 현악기나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는 수시로 조율(調律)이 필요하다. 현악기의 현(絃)이나 건반악기의 건반에 연결된 줄이 온도와 습도에 따라 길이가 변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해서는 그 길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악기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과 몸도 조율이 필요하다. '정신 줄을 놓다'라는 말에 나타나 있듯이 우리말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줄에 비유했다. 마음의 줄을 놓으면 무엇을 깜박 잊거나 실수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영남 방언에 '주책없고 사리 분별력이 없다'는 뜻으로 '오줄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오'에 '줄'을 합성한 이 말의 어원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를 '총명할 오'(晤)나, '다섯 오'(五)로 보는 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총명할 晤'로 보면 '총명 줄이 없다'라는 뜻이, '다섯 五'로 보면 '마음을 구성하는 다섯 가닥의 줄이 다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마음의 줄을 모두 챙겨 잘 조율해야 함은 말 속에도 담겨 있다.

위에서 조율은 마음의 조율을 나타냈지만 마음은 몸에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마음과 몸의 조율'을 뜻하게 된다. 마음은 몸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으므로 그릇이 온전하지 못하면 마음 또한 아프기 마련이고,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면 몸이라는 그릇이 제 기능을 다할 수도 없다. 결국 심신일체(心身一體)이므로 심신을 잘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두 달 이상 일상을 잃어버린 와중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겹친 '가장 잔인한' 4월이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많은 나라들로부터 찬사를 자아낼 만큼 국민들은 침착하고 질서 있게 질병에 대응하였고, 의료진들은 살신성인 정신으로 임하여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총선도 지난 수요일 무사히 치러졌다. 조만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할 것이다. 그간은 발등의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일상생활로 돌아갈 때인 지금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를 때다.

지친 몸과 마음엔 절대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절대 휴식은 하루나 이틀이면 족하다. 지나치면 오히려 권태롭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절대 휴식을 취한 후엔, 마음의 평안을 통해 몸의 평안에 이르는 길인 독서, 몸의 평안을 통해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방법인 운동을 할 것을 제안한다. 독서와 운동엔 여러 종류가 있고 난이도(難易度)도 각기 다르지만 본인에게 맞는 쉬운 것을 택할 것을 권한다.

심신이 잘 조율됐다는 느낌이 오면 가만히 눈을 감아보라. 몸이 우주에서 사라진 것같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몸은 정상이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어디든 아프면 소식이 오기 마련인데 기별이 없다면 안녕한 것이고, 정상이다. 이제 조용히 눈을 떠보라. 자신이 우주의 중심에 온전함을 목격할 것이다. 마음은 평온하고, 일에는 자신감이 충만하며, 일터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마음도 정상이다.

조율이 잘된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조율이 잘된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심신을 조율하여 본인과 가족과 나라를 구하시길 빈다. 아울러 여야(與野) 간에도 조율이 필요하다. 총선도 끝났으니 여야 간 이견을 서로 잘 조율하여 더 이상 '국민이 정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도록' 지금까지의 정치 후진성을 탈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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