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항암제 효과 떨어뜨리는 어떤 위장약

속이 쓰려 한번쯤 고생하신 분들은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펌프 억제제(PPI)를 처방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화성궤양용제'로 분류되는 약인데 처음 개발되었을 때만 해도 주로 위·십이지장 궤양, 역류성식도염 치료에 제한적으로 처방됐다.

위산분비 억제 효과가 좋다 보니 역류성식도염으로 고생하셨던 분들은 얼마 복용하지 않아 증상이 좋아져서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역류성식도염은 호전돼도 정해진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증상이 빨리 좋아지니 다 나앗다고 생각하여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게 되고 이것은 잦은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위내시경을 하지 않고도 저용량으로 처방 가능하며,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때 위장보호 목적으로도 처방할 정도로 임상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약이 되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톤펌프 억제제가 경구용 항암제와 병용하게 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현재까지 프로톤펌프 억제제와 병용 시 주의하여할 경구용 항암제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사용하는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폐암에 사용하는 게피티닙 제제, 폐암 및 췌장암에 사용하는 엘로티닙 제제, 신세포암 및 연조직육종에 사용하는 보트리엔트 등이 대표적이다.

위산이 많은 상태에서 잘 녹는 성질을 가진 항암제들이 프로톤펌프 억제제를 만나게 되면 충분히 녹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자기 본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두 가지 약물을 간격을 두고 복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로톤펌프 억제제의 작용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간격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프로톤펌프 억제제의 위산분비 억제 효과가 좋은 이유는 그 만큼 작용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프로톤펌프 억제제보다 작용 시간이 짧은 'H-2 차단제' 종류를 병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 또한 정해져 있는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하루에 2번 복용해야 하는 경구용 항암제라면 H-2 차단제가 작용 시간이 짧긴 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는 아니어서 병용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작용 시간이 아주 짧다고 알려진 제산제를 사용하게 되며, 이 또한 경구용 항암제 복용 전 후 2시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작용을 방해하지 않는다.

친숙하게 생각하고 복용하는 위장약이 경구용 항암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므로, 암이 아닌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해 평소 다니지 않던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최선의 위장약을 선택하기 위해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암 환자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위장약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H-2 차단제나 제산제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지 약사와 상담을 통해 성분 확인을 하고 복용해야 최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천주향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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