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박양우 문체부 장관, 최숙현 사망 엿새만에 파악

심석희법 시행 1개월 남았지만…"정부 행정 1년 전 머물러" 비판
문체부 체육국장 "대한체육회에 사실관계 파악 요청하느라 보고 늦었다" 해명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 인권침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팀 동료의 가혹행위로 세상을 등진 고(故) 최숙현(22) 선수 사망 사건을 발생 엿새 만에야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스포츠계 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담당 부처의 불감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문체부에 따르면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최 선수가 숨진 지 6일 뒤인 지난 1일 이영열 문체부 체육국장에게서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다. 1일은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최 선수 사건을 폭로 기자회견을 했던 날이다.

이 국장은 최 선수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사건을 파악하고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은 이 국장에게 ▷최 선수가 부산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돼 경찰이 조사 중이며 ▷최 선수가 지난 4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상담 때 자신의 가혹행위 피해를 호소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13일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45)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45)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체부는 지난해 1월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부랴부랴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전수조사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비슷한 시기 여야 정치권도 운동선수 보호법, 이른바 '심석희법'을 발의했다.

올 8월 시행되는 심석희법은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가 맡던 운동선수 인권 보호 역할을 독립 신설되는 '스포츠 윤리센터'로 옮기고, 운동선수 인권 침해 사건 조사와 고발을 거쳐 가해자를 엄격히 처벌하도록 했다.

법 시행까지 1개월가량 남은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김승수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북을) 측은 "대한체육회 운영을 감시해야 할 문체부 고위 관료들이 사태를 묵히고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최 선수를 두 번 숨지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국장은 "대한체육회에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느라 장관에게 늦게 보고했다. 당시 내용만으로는 최 선수가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가혹행위 탓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사고사인지 등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윤리센터를 꾸리는 대로 유사 사태를 엄중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는 21일 최 선수 사건 관련 청문회에 가혹 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안주현 팀탁터, 장윤정 선수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22일 오후 5시까지 출석을 명령했다. 앞서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국내 학생선수 폭력 피해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4주간 전국 초·중·고 학생선수 5만여 명을 대상으로 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교육부는 "단순한 실태 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선수 대상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필요시 엄정한 후속조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왼쪽)가 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자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최윤희 제2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왼쪽)가 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자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최윤희 제2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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