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신공항의 사실상 백지화에 따른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 신공항의 이름을 둘러싼 '말말말'이 19일 이어졌다.
▶우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판을 깔았다.
이날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표는 "여당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 사실로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공항 이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언급한 인물로 꼽힌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정치 쟁점화가 되는 역사도 그때쯤부터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비판 맥락에서 언급한 '노무현 공항'에 대해 이날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비난 기꺼이 수용하여 공항명을 지으면 좋겠다"며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고 언급했다. 영문 표기도 제안했다. 'Roh Moo Hyun International Airport'이다.
안철수 대표가 한 발언에 담긴 비판적 뉘앙스를 희석해 오히려 힘을 실은 맥락이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냥 '문재인 공항'이라고 하라"고 밝히면서 조국 전 장관에 의해 진지함이 가미되는듯 하던 '가덕도 신공항 이름 짓기' 구도에 풍자를 불어넣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문통 각하의 선물이니까"라며 "선물값은 우리가 치러야 하지만. 왜 괜히 노무현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걸 '클리엔텔리즘'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궐선거 때문에 공항을 짓는 것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클리엔텔리즘(clientelism)은 우리 말로 '후견주의'이다. 정치에서 유권자와 정치인 간에 거래하는 교환 시스템을 말한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유권자들에게 제시된 가덕도 신공항을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중권 전 교수보다 조금 앞서 이날 오후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조국 전 장관의 언급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라리 '오거돈 국제공항'이라고 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해 신공항 억지 백지화가 내년 보궐선거를 노리는 PK(부산경남) 포퓰리즘임을 스스로 드러낸다"고 꼬집으면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보궐선거가 생기고 그 선거용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살려내는 것이니, 차라리 이름을 붙일 거면 오거돈 국제공항을 적극 고려해 보라"고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김근식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을 (공항 이름에)소환하는 건 과하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마땅치 않아할 것 같다"며 "부엉이 바위의 비극이 채 지워지지도 않았는데,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에 노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사람 이름이 붙은 공항명은 현재 우리나라엔 없지만 외국엔 사례가 꽤 있다. 오히려 유독 우리나라가 지역명을 고수하고, 사람 이름은 배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 골 국제공항'(샤를 드 골 전 프랑스 대통령)과 미국 뉴욕의 '라 과디아 공항'(피오렐로 라 과디아 전 뉴욕시장) 등 현대사 속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이 붙은 공항이 꽤 된다.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르네상스 시기 예술가)과 몽골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 국제공항'(몽골 제국을 세운 군주) 등 좀 더 먼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도 찾을 수 있다.

미국 '루이빌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처럼 지역 출신 유명인의 이름을 넣어 기존 공항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원래 그냥 루이빌 국제공항이었는데 여기에 루이빌이 고향인 세계적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이름이 2019년 추가됐다.
포르투갈 '마데이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국제공항'도 마데이라 푼샬 출신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6년 포르투갈의 유로2016 축구 대회 우승을 이끌자 이름을 바꾼 사례이다. 원래는 그냥 마데이라 국제공항이었다. 보통 고인(故人)의 이름이 공항명에 붙는데, 이는 생존해 있는 사람의 이름을 넣은 몇 안 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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