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MB-朴 사과"에…홍준표 "與 2중대, 굴종의 길"

대국민사과 강행 의지 당내 반발
金 "재량 없으면 비대위 못해"…"여당 2중대 가는 관문"
주호영 "시기 적절치 않아" 배현진 "문 정권 탄생부터 사과"
장제원 "분열만 조장…참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탄핵 사과'를 예고하면서 당 내부 불만이 심상치 않다.

최근 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역전하고 반등하는 국면에서 오히려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두고 당내 진통은 커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7일 비공개회의에서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인데 사과 하나 결정 못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내가 그 정도 재량도 없으면 비대위를 끌고 가기 어렵다. 이번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도 "(당내 반발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뜻대로 '탄핵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사무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사무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여당 2중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그간 그의 행보에 비추어 보면 1986년 12월 24일 이민우 구상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과를) 강행하는 것은 5공 정권 하에 민정당 2중대로 들어가자는 이민우 구상과 흡사해 보인다"면서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과는 일부 탄핵파 입장만 두둔하는 꼴이다.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최근 자신의 복당 결정을 미루는 김 위원장 등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출하며 각을 세워왔다.

당내 일각에서도 '탄핵 사과'에 대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원내대변인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이라며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폭주를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주는 사과 시기로 적절치 않으니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사실상 지금은 사과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우 구상=전두환 정권 시절 정치규제·가택연금 등 김영삼·김대중이 정치적 탄압을 받자 제1야당 이민우 신한민주당 총재가 1986년 말 야권의 숙원인 '대통령 직선제 개헌' 대신 전두환 정권이 원하던 '의원 내각제 개헌'에 동의할 수 있다고 발언해 파장을 낳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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