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경항모 사업이 국방 중기 계획에 따라 충실히 수행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021도 국방예산을 확정하는 국회에서 101억원의 소요 예산 가운데, 100억원이나 삭감되었다.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좌초되는 느낌이다.
경항모는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수요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특정 정권과 무관하게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2012년도 국회 용역보고서에도 필요성이 언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그때부터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이 경항모급 능력을 갖추었으면 했다.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비군사적 위협을 현재 우리 국방력으로 최소한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군이 경항모를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체 국방예산의 2.5% 정도이다. 경항모 사업은 감내할 수 있는 예산을 고려한 사업이며, 경항모는 대한민국의 국력으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전력이다. 해군은 이미 경항모를 호위할 수 있는 잠수함, 구축함, 항공기 등을 가지고 있다. 차기 함정들도 기존의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도입되고 있다. 경항모가 전력화되는 2033년이면 최첨단 호위 전력들도 함께 완성된다. 이러한 전력들까지 항모 도입 예산으로 포함하는 것은 해군의 작전을 이해하지 못한 논리이다.
해군의 함정은 대탄도탄 작전, 대잠‧대함 작전 등 고유의 단독 임무를 가지면서, 상황에 따라 항모전투단 구성 시 호위 임무를 병행하게 된다. 부연하면, 해군은 다양한 작전에 기반한 전력 운용을 통해 목적에 따라 융통성 있게 부대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북한 도발 대비 전투단 구성, 주변국 위협 대비 강습단 구성, 해외 국익을 위한 기동함대 구성 등이며, 경항모는 지휘함으로서 F-35B 수직이착륙기와 같은 고정익 항공기를 투사할 수 있는 움직이는 활주로가 된다. 즉, 경항모는 유사시 북한의 측방과 후방으로 기습 침투하여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북한의 방어 능력까지 분산시키는 등 다양한 전구(戰區)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주변국에 대해서는 어떤 전력이 우리 바다로 접근하더라도 원해에서 접근을 차단하고, 도발 시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전히 한반도가 불침항모라 우기는 전근대적인 사고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만일 중국이나 일본이 한반도를 해상봉쇄한다면, 그야말로 한반도는 고립무원의 섬(Island)이 된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판옥선과 거북선을 건조하며, 유비무환을 실천했던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곧바로 잡아내는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 구축함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데 해군이 이지스함 사업을 발표했을 때 "우리에게 사치인 고가의 함정이다" "동맹을 이용하면 된다" 등의 주장이 있었다. 그때 사업이 무산되었다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지조차 모르는 한심한 군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강한 해군력을 갖는 것이다. 그 근원이 항모 보유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해군이 강해야 육군과 공군도 함께 강할 수 있다. 군은 필연적으로 연결된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해상항공작전능력의 향상은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지금 당장 항모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해군의 경항모 건조 계획이 다시 동력을 받아 힘차게 항진(航進)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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