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소송 상대방의 비보도 전제 사담 등이 포함된 인터뷰 녹음 파일을 지역 기자에게서 건네 받아 자기 소송의 유리한 증거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권언유착' 타파를 외치는 추미애 전임 장관의 기조를 잘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변호사인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은 2일 "박범계 후보자는 2019년 4월 나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진행 과정에서 내가 지역 방송 기자 3명과 했었던 비보도 전제 사담 등이 포함된 인터뷰 녹취 파일을 한 기자에게서 전달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 중순쯤 김소연 당시 시의원은 대전 지역 언론사 기자 3명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박 후보자를 둘러싼 선거자금 관련 의혹과 비보도 전제 사담 등도 포함된 인터뷰였다. 당시 한 기자는 "소문이 돌고 있는 자금이 박범계 의원의 당 대표 출마하고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라며 김 전 시의원이 박 후보자를 둘러싼 '선거 비용'에 대해 알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도 했다.
인터뷰 참석 기자 가운데 한 명은 2018년 12월 당시 박범계 후보자의 보좌관이었던 박수빈 현 대전시의원에게 인터뷰 녹음 파일을 전달했다. 김 전 시의원은 "박 후보자가 이 녹음 파일의 일부는 녹취록으로 재구성해 소송 증거 자료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김 전 시의원의 연이은 폭로로 자신의 손발이 모두 잘려 나가는 시점이었다. 2018년 6월 지방 선거 때 대전시의원으로 당선됐던 김 전 시의원은 당선 직후인 9월부터 "박범계 후보자 전 비서관이 선거 과정에서 내게 선거 자금 1억 원을 요구했다. 나와 함께 출마해 당선된 A 대전 서구의원 후보자 역시 이런 요구를 받았다"며 "이 요구는 박 후보자 전 비서관과 내 지역구 전임자인 B 전 대전시의원의 공모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갔다. 김 전 시의원이 열거한 인물은 모두 박 후보자에게 공천을 받았거나 채용됐던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의원은 이어 "이들에게 받은 금품 요구를 박범계 후보자에게 4번에 걸쳐 보고했지만 묵살 당했으며 박 후보자가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도 했다. 또 박 후보자가 이 1억 원에 대해 "시의원 권리금"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박 후보자가 구·시의원에게 불법적인 특별당비를 요구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김 전 시의원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김 전 시의원을 상대로 2018년 12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김소연 전 시의원의 폭로가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2018년 11월 초 박 후보의 전 비서관 등이 선거에 나선 A 당시 구의원 후보자에게 5천만 원을 요구하고 2천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포착해 두 명을 구속했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뒤 당선된 A 당시 구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박범계 후보자는 이 사건 관련 방조 혐의로 고발된 뒤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공천 헌금을 받은 B 전 시의원에게 항소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 6월을 확정했다. 박 후보의 전 비서관은 2019년 9월 열린 2심에서 1심 때보다 다소 감형된 징역 1년 4월에 추징금 약 2천만 원을 받자 상고를 포기했다. A 당시 구의원 역시 2019년 5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약 2천만 원을 선고 받았다. 항소했지만 2019년 8월 기각되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박 후보자는 여러 차례 취재진의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시의원은 "박범계 후보자가 혐의 없음 처분을 받긴 했지만 최측근이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며 "국회의원이 지역 기자에게 녹음 파일을 받아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는 건 지방 의원에게 공포스런 일이다. 이거야 말로 '권언유착'이다. 이러한 행태는 반드시 뿌리 뽑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박범계 후보자는 김소연 전 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10월 20일 곧바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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