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의락 "도심융합특구, 공공기관 이전 마중물 될 것"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취임 6개월 단독 인터뷰
대구의 '판교2밸리' 조성 박차…20개 공공기관과 꾸준히 소통
산업경제협의회서 매주 간담회…8개 산업분야 놓고 치열한 토론
'대구형 협치' 비판 어쩔 수 없어…공동체로 살아갈 방법 찾아야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12월 31일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2021년 대구시 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12월 31일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2021년 대구시 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여당 출신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7월 1일 대구시청으로 첫 출근, 야당 시장과 손을 맞잡고 '대구형 협치'의 시작을 알린 지 6개월이 지났다. 홍 부시장은 그간 '대구산업경제협의회'를 구성해 지역 산업생태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정책방향을 찾는 작업을 이어왔다.

지난 6개월 간의 시도를 되짚고 '혁신도시 시즌 2' 추진전략과 도심융합특구 육성방안 등 홍 부시장이 그리고 있는 대구 경제의 미래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31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 경제부시장 집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취임반년 감회는?

▶대구시민들이 코로나 사태로 멍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그걸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내 정치적인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왔다. 소통하고 공감했던 과정들이 의미 있었고 고마움도 있다.

-도심융합특구 지정, 엑스코선 예타통과 같은 성과도 있었다.

▶대구시의 숙원사업들을 실현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옛 경북도청 부지, 삼성창조캠퍼스, 경북대를 잇는 공간에 대구의 '판교2밸리'를 키우는 도심융합특구는 대구의 성장엔진을 만드는 의미가 있다. 우리 공동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보자고 생각과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얻은 무형의 성과에도 주목한다.

-도심융합특구를 채워가는 과정은?

▶우리는 판교에 없고, 실리콘밸리에 부족한 것들을 채워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당장은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맞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단기 성과에 욕심내면 배가 산으로 간다. 다급해서 아무거나 채워넣다보면 나중에는 아무 시너지 효과도 얻지 못할 수가 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시 공무원들에게도 강조한다.

-'혁신도시 시즌2' 준비는 얼마나 됐나.

▶우선 도심융합특구가 공공기관 추가이전의 마중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게 잘 되면 '혁신도시 시즌2'와 연계될 수 있어서다. 유치전략 측면에서 공개하긴 어렵지만 대구시가 희망하는 20여개의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정하고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이 대구에 올 의향이 있는지, 싫다면 이유는 뭔지, 우리가 뭘 해주면 될 지 계속 논의할 거다. 기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 대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차원에서의 관련 논의는 정체된 느낌이다.

▶코로나 사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어떻게든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 2021년 대구시 경제정책 핵심 구상은?

▶지역산업의 구조전환, 미래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의 미래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기업에 뭐가 필요한 지 파악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지 하고 싶은 걸 하면 안 된다. 대학을 한 자리로 모으는 일과 상생형 자동차, 로봇, 기계부품 클러스터화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대구는 지식역량은 크지만 그것을 효율적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혁신역량은 총량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 대학이 대구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식을 모아야 한다.

- 올해는 '대구산업경제협의회' 구성 등 소통에 공을 들였다.

▶8개 산업분야별로 산업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산업경제협의회'를 만들고 매주 간담회, 토론회를 하고 있다. 전문가를 섭외해 지금 대구시가 하고자 하는 일의 좌표를 파악하면서 궤도를 잡을 수 있도록 아주 치열한 토론을 한다. 반대 측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처음에는 안 오려고 했는데 요즘은 흔쾌히 와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다. 논의구조를 만들어 본 것이다.

- 기업의 역할, 기업 간 생태계 형성을 강조하는데.

▶대구시가 산업이나 기업을 키운다는 접근은 이제 안 통해서다. 혁신적이지 않고 제한적일 수 있다. 기업이 뭘 원하는지 빨리 파악해 맞춤형으로 행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 어떤 때는 행정이 '내가 지원해주고 싶은 것'을 기업에 지원해준다. 기업이 원하던 것과 엇박자가 나는 경우다. 행정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게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생태계 안에서 기업과 기업이 모여서 프로젝트성 사업을 해보겠다면 시는 거기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

늘 '대박은 없다. 한 방도 없다'고 강조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어디 있겠나. 기업들에게는 기존 시장에서 1등으로 올라서기보다 비록 '어린이' 수준에서 시작하더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얘기하고 싶다.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12월 31일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2021년 대구시 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12월 31일 시청 별관 집무실에서 2021년 대구시 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소프트웨어(SW) 산업 육성 방안은?

▶대구는 제조기반 산업이 많은데 이제는 데이터기반 산업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 사업도 SW업체들이 사후관리,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는데 이들이 없으면 거기서 끝이다. 대구시에서도 지역 SW사에 발주를 많이 하되, 그 업체는 정규직 위주의 회사로 키우자고 얘기하고 있다.

대구가 SW나 게임산업이 강했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져 있다. 그래서 취임 초에 'DIP가 이 상황이었으면 부시장직을 수락 안했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DIP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DIP가 궤도에 올라 관련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패션산업연구원이 운영 난맥상을 겪고 있다.

▶국회에 있을 때 다이텍,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그게 안되면 이사회만 통합하고 서서히 합치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안 됐다. 산업부나 대구시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기관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기관장 자리도 계속 공석이다. 패션연부터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아직 안 보인다.

- 6개월 전으로 돌아가도 부시장직을 수락 할 건가?

▶지금 시점에서 물어봤다면 안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앞서 얘기했듯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코로나에 의해 시민들이 너무 아파하고, 정치적으로 고립됐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절망감이 있었다. 응하는 게 맞다고 봤다.

-여전히 '대구형 협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대구시민을 위한 일이면 원수지간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구는 그렇지 않은 요소도 있다고 느낀다. 대구시 구성원들이 반추해봐야 한다.

- 정부, 여당과의 소통은 원활한가

▶연락을 못할 사람은 없다. 대통령은 어려워도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는 서로 소통한다. 다만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일이 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내가 고기 한 두마리를 잡아갈 수 있겠지만 한 광주리를 가져오진 못한다. 함께 냇가에서 고기 잡는 방법도 연구하고 광주리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 새해에 얘기하고 싶은 화두는

▶지역 공동체 전체가 우리가 갈 방향에 대해 논의를 활발히 하면 좋겠다. 대구는 구성원들이 '제3자적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경기를 뛰는 선수보다는 심판과 관중이 너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관중이 보기에 축구 선수가 공을 잘못 찰 수도 있다. 그래도 잘 찰 수 있도록 서로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 새해에는 공동체 속에서 어울려 부대끼면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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