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창룡 '정인이 사건' 대국민 사과 "이화섭 양천서장은 대기발령"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오후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오후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정인이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6일 발표했다.

입양된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을 가리키며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사회 의제로까지 떠오른 정인이 사건을 두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 브리핑에서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숨진 정인양의 명복을 빈다"며 "학대 피해를 본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번 사건 관련 지휘책임을 물어 현 (이화섭)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며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담당 관계자 역시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양부모가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은 물론, 정치권 및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적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정인이의 학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거나 알고도 방치했다며 서울 양천경찰서와 홀트아동복지회 등이 날선 비판을 받았다.

앞서 올라와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추천)를 모은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는 경찰 관계자들에 대해 중징계인 '파면'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과문에서는 '대기발령' 조치가 언급됐다.

대기발령은 직위를 소멸시키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 처분을 앞둔 공무원에게 대기를 명령하는 것이다. 파면을 비롯해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징계 의결은 이후 내려질 수 있다.

이화섭 서장은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서울남부지검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신고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등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됐거나(경고, 주의, 인사조치 등) 진행을 앞두고 있다.

새 양천서장은 서정순 총경으로 알려졌다. 서울청 치안지도관과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거쳤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관련 언급을 한 후 이틀만에 나온 것이다.

※다음은 대국민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0월 13일 서울 양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하여 숨진 정인 양의 명복을 빕니다.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먼저, 국민 생명·안전,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지휘관이 직접 관장하도록 하여 책임성을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1·2차 신고가 있었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동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복신고가 모니터링되도록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을 개선하여 조기에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보호·지원과 학대수사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국가수사본부와 시·도 자치경찰 간 협력체계를 공고히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앞으로 모든 아동학대 의심사건에 대해 학대혐의자의 정신병력․알코올 중독과 피해아동의 과거 진료기록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문성과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학대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습니다.

다섯째,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경찰청 관련기능이 모두 참여하는 TF를 구성하여 재발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2021. 1. 6.자로 현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였고,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하였습니다.

아울러,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기본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앞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2021년 1월 6일

경찰청장 김 창 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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