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하게끔 그렇게 합의가 돼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 무력 건설의 중단 없는 강행" 등 핵 보유국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무력 적화통일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은 우리에게 분명한 주적(主敵)이다. 미국은 6·25전쟁 이후 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진 유일한 공식 동맹국이다.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한·미 동맹 해체를 노린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된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며 대놓고 훈련 폐기를 요구했다.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적에게 훈련 허용을 구걸하고, 동맹을 무시하는 처사다. 당장 미국의 반발이 우려된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군사공동위가 구성된 적이 없는 데다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사문화한 상황에서 주권 사항에 해당하는 한·미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논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대남용 무기들을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갈수록 핵 능력을 강화하고 남한을 위협하는 가운데 한·미훈련만 축소 또는 중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미훈련은 동맹인 미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지, 적인 북한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목표로 한 전술핵무기 개발 등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 한·미훈련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은 북한에 대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사로잡혀 있다. 대북 인식이 비현실적인 것을 넘어 헛된 기대와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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