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서 직업재활전공 학위 받아
22세 때 감전사고 지체장애 1급
고통·절망 딛고 47세 때 다시 공부
22세 때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1급 지체장애인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만학도로서 10년 만에 박사의 꿈을 이뤄 화제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이범식(58)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장이다. 그는 19일 비대면으로 열리는 대구대학교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재활과학과 직업재활전공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 씨는 22세이던 1985년 11월 군대를 막 제대하고 전기회사에 취직해 전기공으로 일하던 중 감전사고로 한순간에 양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고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감전사고로 왼발만 남은 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미래가 없었어요. 매일같이 화가 치밀어 올라 낮에는 자고 밤에는 폭음을 일삼았어요. 한때는 고통과 절망 속에 자살까지 생각했었지요."
1991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2남 4녀의 맏이로서 집안을 꾸려가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때 컴퓨터를 접하게 됐다. 앉아서 발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발바닥으로 마우스를 굴리며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웠다.
1995년에는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다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지인과 함께 웹 호스팅 회사를 창업했다가 집까지 날리는 등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 후 장애인 컴퓨터 방문 강사를 하다 지금의 아내(김봉덕·56)를 만난 게 희망의 빛이었다. 온라인 중증장애인 봉사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을 도우며 서로 사랑의 싹을 틔웠다.
이런 활동에 힘 입어 그는 2003년 7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를 설립했다. 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컴퓨터 교육장도 운영했다. 또 대구교도소 교정위원을 맡아 재소자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 강사도 수년간 했다.(매일신문 2004년 9월 13일 자 25면)
하지만 사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 갈수록 지식의 부족함을 통감했다. 그래서 고교 졸업 27년 만인 47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2011년 대구미래대학 사회복지과 야간 과정에 입학했고, 장애인 복지와 재활 분야를 전문으로 공부하기 위해 2013년 대구대 산업복지학과에 편입했다.
대학 졸업 후 대구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중도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연구'로 이번에 박사 학위를 받는다.
"인간은 장애와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역량과 동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동기가 충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 같은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장애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자신의 또 다른 내면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주제입니다."
'지문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비록 왼발 하나지만 직업재활학과 교수진과 함께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고, 직업재활센터나 장애인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저 자신에게는 일찍 다쳐줘서 고맙고 많이 다쳐줘서 고맙습니다. 아내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날 나로 성장시켜 주고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 사회에는 은혜를 베풀어 주어 고맙습니다.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가정에 기여하고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찾아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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