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 두기가 완화됐다. 확진자의 숫자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모두의 누적된 피로도가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소식이 연일 들려오지만 집단면역으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년 이상 막혀 있는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면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고민한다.
대부분의 골퍼는 싱글핸디캡이 목표이다. 어느 유명 레슨프로의 얘기를 들어보면 골프 시작 후 1년 안에 기록하는 경우가 꽤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평생동안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느냐. 가장 기본은 골프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이다. 시간과 경제적 상황이 허락하는 골퍼가 열정까지 있으면 목표 달성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도 의지와 목표가 없는 골퍼는 평생 기록하기 힘든 것이 싱글핸디캡이라는 것이다.
몇 년전부터 나의 골프인생 목표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이다. 올해 79세가 됐으니 79타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다. 몇 번 근접한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몇 홀에서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꿈이 이루어지려는 순간마다 흥분과 떨림, 실패에 대한 걱정으로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지 못한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목표를 거의 이룰뻔한 적도 있었다. 작년 겨울 무렵 첫 두 개 홀 연속으로 버디를 하고 세 번째 파3홀에서 친 티샷이 홀 컵 약 5m 옆에 멈춰섰을 때 머릿 속에는 온통 골프 인생 최초의 사이클버디를 기록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홀인원은 상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오지만 사이클버디를 향한 퍼팅 스트로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떨림의 연속이었다. 홀컵 한뼘 앞에 멈춰서는 공을 보면서 머릿 속은 온통 후회와 아쉬움으로 뒤범벅이 됐다. 내리막 경사를 의식하며 평소처럼 홀 컵을 많이 지나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아주 조금 짧았던 것이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묘미는 여기서부터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 온 노인은 84일 동안 한 마리 고기도 잡지 못하지만 어느날 18척 크기의 청새치를 잡는다. 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겨우 뱃전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는길에 상어 떼의 공격을 받으며 노인은 소리친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환희의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허무하게 모든 걸 잃었어도 다시 찾아올 내일이 있는 우리에게는 늘 희망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일상이 됐다. 늘 같은 시간에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듣게 되는 확진자 수, 마스크의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단어, 배달 문화의 일반화 등 코로나19는 전과 후를 확실하게 구별하고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선다. 특히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1년이 넘는 시간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경우가 많다. 시내 곳곳에 붙은 '임대 문의' 현수막은 거리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계획을 철회한다고 하니 젊은이들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시련이 우리를 잠시 힘들게 할 수 있으나 희망마저 앗아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1년 신축년 한 해를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다시 힘차게 뛰어보길 기대한다.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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