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수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중 70세 이상의 노인 환자들이 많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요양병원은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환자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일상생활의 수행능력 저하 등 취약한 여건을 장기적으로 보살펴서 초기 환자의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는 곳이다. 즉 요양병원은 질병 치료와 거주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치유정원'이 정원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정원'의 개념으로 잘못 인식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정원 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정원 자체가 암 환자를 치료하거나 부러진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게 호스피스 정원은 다시없이 소중한 명상의 장소이며, 병원 방문자와 직원들에게 정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휴식의 장소다.
이와 같은 치유 효과에 주목하여 치유정원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로저 울리히(Roger Ulrich) 교수는 병실 창으로 자연 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측정을 통해 입증했다. 또한 그는 환자가 나무, 꽃 또는 물과 같은 자연의 대상을 3~5분만 보아도 분노, 불안 및 고통을 줄이고 뇌의 활동을 좋게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실물이 아닐지라도 물과 나무가 있는 자연 풍경 사진을 본 환자는 추상미술을 보거나 그림을 전혀 보지 않는 환자보다 불안감이 적고 진통제가 덜 필요하다고 했다.
조경가와 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이처럼 의학적으로 규명된 정원의 치유 효과를 실천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경가 쿠퍼 마르쿠스(Cooper Marcus)는 잘 설계된 정원에서 자연과 교류하는 것이 암을 치료하거나 심하게 화상을 입은 다리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고통과 스트레스 수준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심각한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쉬게 하고, 정서적 회복을 위해 정원을 방문하는데 그들은 나무와 꽃이 많으며 물이 있는 정원을 선호한다.
그래서 마르쿠스는 병원 정원 조성의 경우 식물이 있는 녹지 공간이 최소 7대 3의 비율로, 많은 것을 권고한다. 서구의 병원은 치유정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을 결정할 정도로 치유정원은 그들의 중요 관심의 대상이다. 이는 건강관리 환경을 위해 좋은 정원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과학에 기반을 둔 정원설계가 자연적 치유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인식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잘 꾸며진 정원을 가진 병원이 거의 없다. 간혹 옥상정원을 갖추고 있는 대형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정원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병원의 형태가 종합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간에 병원 내부에 치유를 목적으로 한 정원이 반드시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환자들이 막힌 병실을 벗어나서 숲길을 걷거나, 휠체어에 앉아 휴식을 하는가 하면 방문객과 담소하기도 하고, 작은 폭포가 있는 물 공간 가장자리에 눕거나 기대어 햇살을 쪼이는 등 치유의 과정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특히 요양병원은 치료와 거주가 함께 이루어지는 시설이다. 법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환자에게 자연 사용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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