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선우 고산농악보존회 단장 "농악은 우리 마을의 자긍심"

"신명 나는 우리 가락 '고산농악' 전승 위해 고향서 꽹과리치고 있습니다"
1984년 대구무형문화재 1호 지정…1943년 보존회 구성원 아버지 영향
30대부터 활동, 다양한 공연 펼쳐

26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고산농악보존회에서 만난 황선우(60) 단장이 농악에 사용하는 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26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고산농악보존회에서 만난 황선우(60) 단장이 농악에 사용하는 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우리 마을의 가락이 오랫동안 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고산농악보존회에서 만난 황선우(60) 단장은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온 우리 농악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떠나지 않고 30대 후반부터 활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단장은 1984년 7월 대구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고산농악을 보존하기 위해 꽹과리를 치고 있다. 그는 농악패 가운데 꽹과리를 치는 사람 중 가장 우두머리로 전체를 지휘하는 상쇠(上钊) 역할을 맡고 있다. 황 단장은 "많은 사람과 함께 장단을 맞추는 연주다 보니 서로의 호흡이 중요하다"며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지역민들이기에 척하면 척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6남매(1남, 5녀) 중 막내인 황 단장이 고산농악보존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 영향이 컸다. 그는 "1943년 보존회가 만들어질 당시 아버지께서 원년 구성원이셨다"라며 "초석을 다지신 아버지의 신념과 열정을 받들고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50살이나 차이 났지만 농악을 통해 항상 이어져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제나 흥겨운 가락 소리가 울려 퍼지는 행복한 우리 마을 대흥동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마을의 가치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원을 빌고 나면 지역민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육십 평생을 고향 땅에서 살아온 그는 농악이 생활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과 동네 주민들이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봐왔다. 태교가 농악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라며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대흥동만의 고유문화를 잘 지켜 가야 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14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고산농악보존회가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상쇠 황선우(오른쪽) 단장이 꽹과리를 치고 있다. 고산농악보존회 제공.
지난 2월 14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고산농악보존회가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상쇠 황선우(오른쪽) 단장이 꽹과리를 치고 있다. 고산농악보존회 제공.

그는 대구무형문화재 제1호인 고산농악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단장은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무형문화재랑 놀자 공연, 한국 전통문화 공연장 공연, 삼덕경로당 위문, 마을 당제 등 주민과 함께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며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고산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와 회장을 역임했다. 2013년 대구 최초 주민자치 시범동으로 선정 등 주민자치회 조직활동도 최선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행복나눔 곳간사업, 탈북민 지원도 하고 있다. 황 단장은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소외된 이웃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을 위한 직업체험 농장, 사물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역 안전을 위해 고산2동 자율방범대와 수성경찰서 보안자문협의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황 단장은 "지역의 문화도 지키고 지역민도 지키는 것이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유가 되는 한 도우며 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의 젊은 청년들에게 고산농악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황 단장은 "89세부터 54살까지 있지만, 지역 젊은 청년들은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며 "지역의 고유문화가 언제까지나 잘 보전되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민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흥동 산자락에 수성구의 안위를 빌 수 있는 인프라와 문화 공간을 구축해 청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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