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관련 특검 도입을 건의하자 더불어민주당이 1시간 만에 수용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검찰과 감사원을 활용하자는 주호형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말에는 "무엇을 숨기려고 특검을 반대하느냐"는 화살세례를 쏟아내는 등 급반전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어제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가 있었으나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답을 기다리겠다"며 "야당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은 박 후보 발언 1시간만인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을 수용하고 아당과 즉시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날 오전 11시에 미리 예정했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 모두발언에서 "박영선 후보가 제안한 특검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제안에 주 원내대표는 '검토는 하겠지만, 신속한 수사를 위해서는 검찰과 감사원을 활용한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특검팀을 구성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박영선 캠프 대변인은 고민정 의원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은 무엇을 숨기고 싶어 특검을 거부하는가"라며 "정치공세를 멈추고 엄정한 진상규명의 시간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고 의원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할 사회악"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LH사태 특검은 좋은 대안"이라고 했고,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해 "야당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단독 처리라도 하라"고 제안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투기를 끝장을 보겠다"고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박 후보의 '특검 건의' 발언 3시간만에 일사천리로 군사작전하듯 이뤄졌다.

◆ 오전까지만 해도 "LH사태는 윤석열 탓"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LH사태와 관련해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었다. 3기 신도시가 추진되던 지난 2018년에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
당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가지고도 국민적 공분을 받는 구조적인 이런 LH 투기 같은 것도 하나 못 잡아내고 정치만 하다 (검찰을) 나갔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TBS 라디오에 나와 "3기 신도시 얘기는 2018년부터 있었다. (검찰이) 수사권이 있을 때는 뭐 했느냐 하는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도 전날 관훈토론에서 LH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뒤에 숨어만 있다"며 "검찰이 지금까지 정의롭게 수사했고 당당하다면 '우리가 LH 사건은 이런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LH사건은 작년 정부 여당이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가 투기 사건 수사에 전문성을 갖춘 검찰을 배제시켰다"는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에서 도리어 검찰을 탓한 것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돌연 '특검' 카드를 꺼내든 것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전날 정부합동조사단 1차 발표를 두고 '셀프면죄부' 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반대로 야권은 4⋅7보궐선거를 코 앞에 둔 여권이 '특검'이라는 자극적 단어를 사용해 시간끌기를 하는 꼼수라고 평가했다.

◆ 野 "특검팀 만드는데만 두 달 소요...꼼수"
특검팀을 만들려면 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특검법에는 특검후보추천위를 구성한 후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의 임명을 거치고, 특별검사는 임명된 날로부터 20일 동안의 준비 기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 당장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도입한다고 해도 특검팀이 꾸려지는데는 두 달은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여권이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특검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특검과 검찰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도 작용했다.
실제 민주당 강훈식 재보선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어느 시점이 되면 가라앉을 것"이라며 "이런 광풍이 지나가면 후보와 인물 중심으로 보는 냉정한 시선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그 증거는 1년 전 총선 때 저희가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총선 때 제 지역구(충남 아산을)에 중국 우한 교민이 왔을 때 선거가 다 끝난 줄 알았다. 당시 많은 분들이 흥분하고, 동네 사람들이 교민들을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대했다"며 "그러나 이후 차분하게 생각하며 캠페인도 했고 교민들이 돌아갈 땐 박수 치며 환송도 해줬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찰 중심으로 한 신속한 수사를 한 이후에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투입돼 즉시 감사에 착수해야 하고, 검찰이 투입돼 합동수사단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인 현상일 수 있기 때문에 각 광역자치단체들의 LH와 관련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대형수사팀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부동산투기 전수조사에 대해선 "개발 정보는 대체로 정부여당. 개발정책권한 가진 여당이 먼저 할 수 있고 야당은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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